일본 마이니치신문의 최근 여론 조사 결과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의 지지율은 64%로 나타났다. 한 달 전 조사(72%) 때에 비해 8%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달 들어 실시된 각 언론사 조사에서 하토야마 내각 지지율은 대체로 한 달 전의 70%대에서 60%대 초중반으로 떨어졌다. 하토야마 내각의 인기가 하락한 것은 불투명한 경기가 최대 요인으로 지적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다른 선진국들은 느리지만 경기가 회복 추세다. 하지만 일본은 최근 더블딥(반짝 경기회복 후 다시 침체)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내에선 일본 경제가 '3D 불황'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D는 △물가하락 상황에서도 수요가 감소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기업들의 잇단 증자에 따른 주식희석화(Dilution) △민주당(DPJ · Democratic Party of Japan) 정권의 경제정책 부재를 가리킨다. 경기 · 시장 · 정책 리스크가 중첩돼 장기 불황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9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했다. 물가가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경제 전체로는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기업들은 물건이 팔리지 않아 제품가격을 내리고,이는 이익감소→임금삭감→소비부진→생산 · 투자위축 등 '디플레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일 8년여 만에 디플레이션을 공식 선언한 상태다. 일본은행은 물가 하락이 2011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2년간 일본 경제가 '디플레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24일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9401.58로 끝났다. 하토야마 정부가 출범한 9월16일 1만270.77포인트였던 주가는 2개월여 만에 8.5% 빠졌다. 이 기간 미국 등 선진국과 한국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증시는 모두 상승했다. 일본 증시가 비실대는 결정적 이유는 기업들의 대규모 증자다. 경제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기업들이 앞다퉈 돈 쌓아두기에 나섰고,이는 주식 수를 늘리면서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올 들어 일본 기업이 밝힌 증자계획은 총 5조엔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작년 가을 이후 자민당의 아소 다로 정부는 네 차례에 걸쳐 132조엔을 경기부양에 썼다. 이 '앰플 주사' 덕분에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민주당 정부는 출범 이후 도로와 댐 등 각종 대형 공공공사를 잇따라 중단시켰다. 하토야마 정부는 경기부양성 공공공사를 중단하고 여기서 절감한 예산을 아동수당 등 복지예산으로 돌린다는 계획이다. 아동수당 등을 지급해 소비를 진작하면 생산과 투자,고용이 유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기 진작 효과도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하토야마 불황'이 도래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