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인 A사 사장은 요즘 천정부지로 치솟는 항공물류 비용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거래처인 독일 업체가 '빨리 보내 달라'고 독촉하는 바람에 항공사에 '급행료'를 지불하기 일쑤다. 올 들어 항공화물 운송료가 최소 두 배 뛰었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휴대폰 반도체 LCD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면서 항공화물 운송난이 심해지고 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넘쳐나 항공기에 화물을 싣기 위해서는 1주일가량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는 항공기 탑재를 기다리는 IT 수출품이 2000t가량씩 쌓여 있다. IT 제품은 납기를 신속하게 맞춰야 하는 특성 때문에 선박 운송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드는 항공에 수출을 의존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24일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IT 수출업체 10개사 명의로 화물기 증편과 운송료 인상 억제를 촉구하는 대(對)정부 건의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백재선 무협 하주사무국장은 "항공 운송난이 지속된다면 일부 품목을 해상 운송으로 전환하거나 외국 항공사의 화물기를 빌려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작년 수준을 밑돌던 항공 수출 물동량은 반도체 LCD 등의 호황 덕분에 9월과 10월에 각각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2%,6.4% 증가세로 돌아섰다.

대한항공은 지난 9월 3만834t을 수송,월간 화물 수송량이 처음으로 3만t을 넘어섰다. IT 업계 관계자는 "화물 수요가 몰리면서 북미지역은 사나흘,유럽은 1주일 정도 기다려야 간신히 항공기에 탑재할 수 있다"며 "긴급 화물에 붙는 급행료가 항공사들이 고시한 요율을 넘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박동휘/박민제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