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우건설[047040]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 2곳이 선정됨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빠른 시일 안에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이들과의 가격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어 대우건설 몸값을 3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그룹의 재무구조개선 작업은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의 실체와 대우건설 인수 의지에 대해 일각에선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매각 성사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인수 자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어 앞으로 1개월간 진행될 가격 협상이 주목된다.

◇ 대우건설 매각과정 논란의 연속
금융.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우건설 매각 추진 과정에서 인수 후보들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본입찰에 참여한 3곳 모두 대우건설 인수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들 인수후보자의 자금 조달 계획과 투자자 확보가 미흡하고 이행보증금 지급 의지도 없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면 인수가격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행보증금으로 낸다.

하지만 대우건설 본입찰에 참여한 3곳 모두 "국제적인 관행이 아니다"라며 4천500억여 원의 이행보증금 지급을 약속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2곳 가운데 자베즈파트너스의 경우 아부다비투자공사(ADIC)가 실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컨소시엄이 확보했다는 투자자의 명단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호아시아나가 서둘러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자베즈파트너스도 금호 측의 대리인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 대우건설 가격협상 잘 될까
이에 따라 앞으로 1개월간 진행될 금호아시아나와 우선협대상자 간의 가격 협상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은 모두 대우건설 인수 가격으로 주당 2만 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의 주식 50%+1주를 주당 2만 원에 매각하면 매각대금은 3조3천억 원가량이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가 당초에 제시한 가격과 다른 수준에서 가격 조정을 요구할 수도 있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금융계의 시각이다.

물론 금호아시아나는 현 유동성 사정상 본계약을 위한 실사 과정에서 인수가격이 조정되더라도 대우건설 매각 가격을 주당 2만 원 이상에서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우선협상대상자의 인수자금 가운데 부족분에 대해 산업은행이 투자 형식으로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산은금융은 필요하다면 대우건설 인수 자금의 직접 지원 등을 통해 금호아시아나가 재무개선약정을 이행해 유동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 탈출하나
일단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되면 금호아시아나는 자구노력을 통해 총 6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과 맺은 풋백옵션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지난 6월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내용도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풋백옵션은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3조5천억 원 정도를 지원받는 대신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행사가격인 3만1천500원을 밑돌면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한 계약이다.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과 2008년 10조 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6조 원 이상을 조달했다.

현 시점에서 대우건설의 풋백옵션을 해결하는 데는 4조 원가량이 필요하고 금호산업이 대우건설 매각 손실로 인한 자본잠식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도 2조 원 이상이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자구노력으로 6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금호아시아나의 계획이다.

대우건설 매각으로는 3조 원 이상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대한통운의 유상감자를 통해 1조4천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했고, 금호터미널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매각으로 각각 2천190억원과 2천705억원을 마련했다.

이외에 금호생명 매각으로 4천억원, 아시아나IDT 지분 및 금호오토리스 등의 매각으로 1천500억 원을 조달했다.

금호아시아나는 현재 금호렌터카와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프라자의 지분 매각을 추진해 각각 3천억~4천억원, 1천500억 원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