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이 제시한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 변경안은 '은행의 평균 조달금리'를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삼자는 것이다. 기존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은행의 조달금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러나 어느 기관이 은행의 평균 조달금리를 공식적으로 집계 발표할지 여부는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CD금리 대표성 떨어져

CD금리는 당초에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여겨졌다. 금융투자협회가 매일 CD 금리를 산정,고시해 일반인들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 말 이후처럼 CD금리가 급락할 때다. CD금리에 연동한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자 은행들은 신규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인상했다. 이 때문에 CD 금리는 떨어지는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대출금리 산정이 투명하지 않고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연구원이 CD 금리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한국은행 가중평균 금리 △제3의 기관이 발표하는 은행 평균 조달금리 △개별 은행의 평균 조달금리 등이다.

관건은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수치의 객관성과 공신력이다. 한은이 매달 집계해 내놓는 가중평균 금리는 은행의 실제 자금조달 비용을 반영하면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어 유력한 방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은은 가중평균 금리를 대출금리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은행 평균 금리는 경제 정책에 참고하기 위한 자료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대출금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한은을 향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발표 시차도 한계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10월의 은행 가중평균 금리는 11월 하순에야 발표된다.

한은 이외에 대출 기준금리를 산출해 제시할 수 있는 기관으로는 은행연합회가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한은 외에 공신력 있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은행연합회밖에 없다"며 "은행연합회가 기준금리를 산출하고 이를 금감원이 감독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내려갈까

은행권에서는 은행의 평균 조달금리를 구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활용할 경우 금리 산정에 대한 투명성은 어느 정도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준 변경이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가져올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9월 기준 은행의 평균 수신 금리는 연 3.31%로 9월 말 CD 금리(2.75%)보다 오히려 0.56%포인트 높다. 은행들이 똑같은 가산금리를 적용할 경우에는 기준금리 변경 시 대출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기준금리가 바뀔 경우 가산금리의 폭이 줄면서 대출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은 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실질 조달금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뀌면 은행들이 수익성 유지를 위해 가산금리를 높일 이유가 없다"며 "기준금리는 높아지더라도 가산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승호/김현석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