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주요 은행들이 현금을 쌓아놓고도 중소기업 대출은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미국 은행의 지급준비금은 1조달러를 웃돌아 작년 9월 말(1028억달러)에 비해 10배가량 급증했다. 지급준비금은 은행 예금의 일정 비율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정부의 구제금융을 가장 많이 받은 22개 은행들은 4월부터 9월까지 중소기업 대출을 105억달러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대출 잔액은 5.0%,웰스파고는 3.9%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는 각각 3.4%,2.5%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막대한 초과 지급준비금을 쌓아놓고도 대출을 꺼리고 있는 것은 경기 악화로 중소기업 대출 부실이 커질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 자금조달을 돕는 비영리기구인 중소기업국제센터의 수전 칼슨 회장은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싶다고 하면서도 리스크를 떠맡지 않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3분기 중 미국 대형 은행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부실대출(NPL) 비중은 3.08%로,전기에 비해 2분기 연속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 부실화로 인한 손실 발생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사실상 제로 수준의 조달비용 하락을 배경으로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리면서 유동성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중개 기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 금융 정상화 및 탄력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