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인 동원F&B는 19일 중국 최대 유통업체인 뱅가드와 100만달러 규모의 통조림 수출 의향서(LOI)를 교환했다. 차량용 오디오를 만드는 다함이텍은 월마트와 865만달러 상당의 수출 상담을 벌였다. 와이퍼 생산업체인 캡코퍼레이션은 프랑스 유통업체인 오샹에 30만달러어치를 납품하기로 했다.

이 같은 계약은 한국무역협회가 세계 최대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 업체인 중국 알리바바닷컴과 손잡고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빅바이어 초청 한국상품 구매대전'을 통해 이뤄졌다. 하루 동안 수출 계약을 맺었거나 성사 단계에 접어든 액수만 4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날 행사에는 월마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해외 구매업체 101곳이 참여했다. 이 중 75%는 중국 업체였다.

◆"중국인 지갑 열 상품은 한국산"

구매업체들은 한국 제품이 합리적인 가격과 혁신적인 디자인,뛰어난 서비스 등 3박자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오샹 중국 구매본부의 토마스 마샹디스 매니저는 "한국산은 디테일과 편리성 면에서 이미 최고 수준"이라며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와 같은 독특한 제품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만하다"고 말했다.

건축자재를 구매하기 위해 방한한 중국 A사 관계자는 "중국 중산층을 겨냥한 고급 제품을 찾고 있었는데 한국산이 제격인 것 같다"며 "일본산보다 값싸고 중국산보다 품질이 좋아 적당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수출업체들은 구매자들의 쏟아지는 상담 요청에 진땀을 뺐다. 모기 기피제를 판매하는 내츄로바이오텍의 김완수 해외마케팅 담당 부장은 "일본 등 경쟁 상품은 화학물질로 만들지만 우리는 천연물질인 회향목으로 만든다는 게 다르다"며 "사전에 약속을 하지 않은 중국 업체 여러 곳이 관심을 보여 적극적으로 상담했다"고 전했다.


미용용품 등을 판매하는 기륭의 박종필 사장(43)은 "전동식 각질제거기가 중국산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개당 17달러인데도 반응이 좋았다"며 "중국 부자들이 늘면서 고급 제품의 인기도 올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류업체 휴먼이엔지의 유화열 사장은 "중국 구매업자가 현지 여유층에게 사은품으로 지급할 고급 의류품을 대량으로 사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며 "경기침체로 다소 고전했는데 수출계약이 이뤄져 다행"이라고 만족해 했다.

◆독특한 아이디어 등 '플러스 알파' 필요

해외 업체 구매담당자들은 한국의 중소기업이 시장을 더 넓히기 위해선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서 창 알리바바닷컴 해외사업 총괄부사장은 "화장품이나 의류를 포함한 패션용품과 건축자재 등이 중국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릴 수 있는 품목"이라며 "비용이 적게 드는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되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매장에 옷을 전시할 때 먼지 하나 묻지 않도록 깨끗이 청소하듯이,온라인 홍보 사이트에도 가장 좋은 사진을 띄우고 구매 희망자의 질문에도 세심하게 답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형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의 그레그 포스버그 아 · 태담당 총괄이사는 "단순히 완성품을 구매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초기 제품 개발 때부터 현지 업체와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고 있다"며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선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제품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월마트의 오치영 구매담당 상무는 "계약 물량이 워낙 대량이기 때문에 심사 단계에서 현지 창고를 갖추고 있는지를 따진다"고 말했다. 핀란드 광산 건설장비업체인 멧소의 데이비드 선 동아시아 구매전략 담당이사는 "해외 거래 경험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업체와 거래했는지 등을 중요하게 심사한다"며 "단순 무역보다 직접 생산하는 업체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오영호 무역협회 부회장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수출 비중이 작년 전체 수출액의 31%에 그쳐 60%를 넘는 미국이나 유럽,중국보다 크게 낮다"며 "기업들이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도입하고 거래처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박민제 기자/김지현 인턴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