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9일 발표한 금융회사의 외화 건전성 제고 방안은 작년 국제 금융위기 때와 같은 달러 부족 사태의 재발을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국제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은행들은 달러를 조달할 길이 막히고 기존 외화차입금의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외환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졌고 이는 주식시장과 금융산업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졌다.

◇ 외화유동성 관리 기준 강화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의 중점을 은행들의 안정적인 외화자산 확보에 뒀다.

은행들이 외화자산의 2% 이상을 A등급 국공채, A등급 이상 국가의 중앙은행 예치금과 A등급 회사채등 우량 자산으로 보유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금융위기가 발생해도 정부의 외화유동성 공급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보유 자산을 손쉽게 유동화해 달러난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상환 압박을 덜기 위해 단기보다는 중장기 외채를 더 많이 조달해야 한다.

중장기의 기준이 현행 1년 이상에서 1년 초과로 강화된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만기 1년짜리 외화를 많이 끌어오는데 이를 중장기 외채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장기 외화대출의 재원 조달 비율은 현행 최소 80%에서 연내 90%, 내년 상반기 100% 이상으로 강화된다.

예컨대 은행이 100억달러의 중장기 대출을 해주려면 지금은 80억달러만 중장기 외채로 재원을 조달하면 되지만 앞으로 100억달러를 모두 중장기로 차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차입금의 만기와 대출금의 만기가 불일치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은행들이 외화자산을 외화부채로 나눈 외화유동성 비율을 산정할 때 적용되는 가중치가 외화자산별로 달라진다.

지금은 자산 종류에 관계없이 모두 100%의 가중치를 부여했지만 앞으로는 외화대출금의 안정성 여부와 외화증권의 신용등급에 따라 35~100%로 차등화된다.

외화자산의 회수 가능성을 반영해 외화유동성 비율을 산출하도록 함으로써 무리한 외화대출을 억제하려는 취지다.

은행들은 `외화유동성 위험 관리 기준'을 별도로 만들어 위기 상황 때 외화자금 유출 금액을 추정하고 비상자금조달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매달 외화자산과 부채의 잔존 만기, 외화차입금의 만기 도래 현황은 매달, 외화자금의 조달 및 운용 현황은 분기마다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 과도한 선물환거래 제동

과도한 선물환거래를 막는 장치도 도입된다.

조선사 등 수출업체들이 할 수 있는 선물환거래가 실물거래의 125% 이내로 제한된다.

일반 투자자는 100%가 상한선이다.

이를 위해 `외환파생상품거래 위험 관리 기준'이 신설된다.

수출기업이 연간 수출 물량을 크게 초과하는 선물환거래를 하다가 환율 급변동으로 큰 손실을 보고 외환시장에서 환율 흐름이 왜곡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통화옵션파생상품인 `키코'에 가입한 수출기업들은 은행들의 부실 판매와 과도한 환 헤지로 금융위기 이후 3조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해외펀드 상품에 대한 국내 자산운용사의 높은 환 헤지 비율이 은행권 단기외채 차입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환 헤지 비율을 차등화하는 상품이 도입된다.

자산운용사는 투자설명서와 공시를 통해 상품의 환 헤지 비용과 효과 등을 투자자에게 알려야 한다.

한편,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자기자본 대비 외화자산 또는 외화부채의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레버리지 비율'의 경우 국제 감독기구의 검토 상황을 보면서 도입 시기와 적용 비율을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제외한 은행권에 적용된다.

제2금융권은 추후 검토된다.

다만 외국은행의 한국지점은 외환파생상품거래 위험관리 기준과 보고 의무만 있으며 유동성 비율 규제는 받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