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원의 수장들이 종전보다 낙관적인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놓았다.

19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9개 연구원의 원장들은 대체로 정부가 당초 전망한 4% 내외보다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
이번 간담회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 조세연구원, 노동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SK경영경제연구소, 금융연구원 등이 참석해 당초 예정시간을 1시간이나 넘길 정도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만 내년의 높은 성장률은 올해 경기침체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있는 만큼 숫자에 집착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고, 내년도 수출 전망을 놓고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성장률 전망치보다 높아..낙관론은 금물"

KDI는 이날 간담회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4.2%)보다 높게 보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KDI는 20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반면 민간 연구원장들은 일단 종전에 발표했던 4%대 전망치를 유지했지만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4%)보다는 조금 더 높게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내년 성장률이 상향조정되더라도 그 숫자를 해석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올해 극심한 경기침체의 기저효과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년 성장률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 "기저효과가 있는데다 실제 체감경기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숫자에 집착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볼 경우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부동산.증권 등 자산시장과 소비.투자 여건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잘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고용의 후행성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가계 부문의 소득개선에는 시간이 걸려 소비가 빠르게 개선되진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일부 민간연구원장은 정부의 외국환은행 국내지점 규제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연구원장들은 수출 전망에 대해 시각차를 보였다.

일부는 우리나라 수출시장이 다변화돼 있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회복되면 수출도 호전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일부는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의 소비 감소, 환율 하락 등 요인으로 봤을 때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외여건 개선되나 불확실성 여전"

연구원장들은 대체로 내년도 세계경제를 포함한 대외여건이 올해보다 개선되겠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정부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또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의 수요 회복이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회복세는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뤘다.

달러 약세에 따라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이 있는데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이 당분간 지속됨에 따라 달러 캐리 등 국가 간 자본유출입에 따른 변동성 확대도 불안 요인으로 지적됐다.

윤 국장은 "더블딥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다만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부실화 가능성, 동유럽의 불안한 경제 등이 불확실성의 요인으로 지적됐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통한 체질개선..성장잠재력 확충"

연구원장들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관련, 경제체질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노력을 강조했다.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및 신용보증 등 위기시 금융지원책을 점차 정상화하고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늘지 않도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
또 정부의 재정은 위기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재정건전화에 관심을 둘 것을 주문했다.

미시정책으로는 성장잠재력 확충을 제시했다.

설비투자 확충을 위한 노력과 함께 녹색성장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민관의 협력, 서비스 산업 진작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해 주택공급 물량을 늘리자는 제안도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