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퇴임하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9월 이란과 비밀협상을 갖고 이란이 유엔사찰단에 협력할 경우 이란에 대한 국제제재를 해제하고 아울러 추진중인 핵프로그램 상당부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타협안을 마련했다고 더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13개항의 합의초안을 마련했으며 이 합의안은 '내용에 놀란' 한 당사국에 의해 더타임스에 누출됐다.

IAEA는 더타임스의 보도에 대해 합의안의 존재를 부인했다.

외교관들은 퇴임을 앞둔 엘바라데이 총장이 그동안 교착상태에 처해 온 이란 핵문제의 돌파구를 위해 이란과의 비밀협상에 나섰으며 이란과의 합의안을 추후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및 독일 등 이란 핵문제 당사국에게 제시해 설득하려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동안 이란 핵문제에 있어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것으로 서방 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아 온 엘바라데이 총장은 퇴임에 앞서 모종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더타임스가 입수한 합의초안에 따르면 만약 이란이 국제적인 관리를 받는 핵연료은행 격인 '국제우라늄 농축 컨소시엄'에 동의할 경우 IAEA의 면밀한 감시하에 기존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유지 또는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건의해 안보리가 이란에 대해 내린 3건의 제재조치와 5건의 결의를 철회하도록 한다고 돼있다.

합의안의 10항은 과학자와 기술자의 이동을 금지한 제재조항을 즉각 해제하고 이어 항공기 부품 금수 및 기타 필수활동에 관한 제재들을 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엘바라데이 총장의 이같은 방안은 서방측이 이란에 대해 추가제재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반면 이란과의 타협을 주장해 온 러시아와 중국은 엘바라데이 총장이 마련한 합의안의 일부 내용에 대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덧붙였다.

엘바라데이 총장의 비밀협상 문건은 IAEA 사찰관들이 이란이 복수의 핵시설을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을 경고한 것과 때맞춰 공개됐다.

(서울=연합뉴스) yj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