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이 물류 제조 등에 이어 금융에서도 본격 협력에 나선다. 중국에서 해외투자 자격을 갖춘 중국 기관투자가의 대만 증시 투자가 허용되고,양측 은행들이 상대 지역에 지점을 설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중국의 3대 금융감독기관과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16일 베이징과 타이베이에서 동시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감독관리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4월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양안(중국과 대만) 금융협력 협의에 서명한 데 이은 것이다. 지난해 5월 마잉주 대만 총통(대통령) 취임 이후 형성되고 있는 '차이완(중국과 대만) 동맹'이 금융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체결된 양해각서는 60일 이내에 시행된다. 늦어도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발효되는 것이다.


◆대만증시 · 대만달러 중장기 호재

차이완 금융동맹은 중장기적으로 대만 증시와 대만달러의 강세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우선 중국에서 해외투자 자격을 갖춘 기관투자가(QDII)의 대만 증시 투자가 허용된다. QDII 자산의 10%까지 투자할 수 있다. 마켓워치는 중국 QDII의 대만 증시 투자가 허용되는 첫해 10억달러의 차이나 머니가 대만 증시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 증시 시가총액은 현재 5000억달러 수준이다. 샤이브 치 대만증권거래소 회장은 "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17일 1% 이상 상승세로 출발했다가 0.76% 하락세로 마감했다. 대만 증시는 올 들어 양안 관계 해빙 기대감으로 이미 70% 급등해 연간 기준으로 1993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노무라홀딩스의 크레이그 찬 스트래티지스트는 "대만달러화는 미 달러당 32대만달러 수준에서 내년 말 28대만달러까지 절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도 올 들어 2%가량 뛴 대만달러 가치가 내년 6월까지 3.7%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 은행들의 신성장동력 확보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만 은행들은 2002년 이후 중국에 7개의 연락사무소만 두고 있었으나 지점 설치 허용으로 현지에서 본격 영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대만에서는 40개의 대만 은행과 30개 이상의 외국계 은행이 인구 2300만명에 불과한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대만 은행들이 중국에 진출할 경우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는 이미 1500억달러의 대만 자본이 투자됐으며 거주 대만인만 해도 70만명에 이른다.

중국 은행들의 대만 진출도 본격화된다. 당장 17일 중국은행은 대만에 지점 설치를 위한 신청서를 곧 금융당국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상은행 건설은행 교통은행 등도 대만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엔 은행간 투자도 허용할 듯

중국과 대만이 내년 목표로 추진 중인 ECFA(경제협력기본협정)가 체결되면 양안 금융동맹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에도 불구하고 대만 은행들이 중국에서 위안화 서비스를 하려면 지점 운영 경력 2년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FTA(자유무역협정)에 준하는 ECFA가 체결되면 이 조건을 지키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대만 은행들이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들을 상대로 신용카드와 자산관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일 것이라며 현지 진출 외국계 은행에도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ECFA가 체결되면 중국과 대만의 은행 간 투자도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은행들의 대만 금융사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캐세이파이낸셜 푸본 타이신 등 자산 기준 상위 3대 상장 금융지주회사와 대만 최대 신용카드업체인 차이나트러스트가 중국 은행들의 우선 투자대상으로 꼽힌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