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산업은행 민영화가 한국의 금융시스템에 중장기적인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무디스는 17일 보고서를 통해 "산은이 정부 지분율이 50% 이하로 내려가기 전까지 취약한 펀더멘털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산은과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둘 다 불안정을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용일 무디스 수석 연구원은 "현재 정부 지분이 50% 미만으로 떨어지기 전 산은이 자금조달 능력을 향상시키고, 경쟁 상대인 한국 시중은행의 수준에 걸맞게 자산의 질을 제고하기까지 다소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현재 한국내 은행 자산의 8% 이상의 자산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약 52조원 규모의 정부 보증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최 수석 연구원은 "산은은 이 같은 지적에 수신망 확충을 위한 지점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 여타 금융기관과의 합병안을 해결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로 인한 은행간 수신 경쟁이 벌어지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무디스는 또 "정부의 지원이 철회될 경우 자산 건전성이 취약하고, 이익창출 능력도 낮은 산은의 대규모 손실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디스는 산은 자체의 신용등급으로 부여한 'Ba2'는 산은의 취약한 자금 조달과 자산의 질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며, 예금등급으로 부여한 'A1'은 산은에 대한 정부의 완전한 지원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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