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원자력 발전소 건설 경쟁에서 예상치 못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WSJ는 세계 원전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첫 원자력 사업자 수주 경쟁에서 한국이 최종 3개의 컨소시엄 중 하나에 들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아랍 지역의 첫 원전사업인 UAE의 원전사업은 원전 건설과 운영 등에 이르기까지 사업 규모가 최대 400억달러에 달하고 빠르면 몇주 안에 사업자가 선정될 수도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종 경쟁에 오른 3개 컨소시엄은 한국의 한국전력 등이 주도하는 컨소시엄과, 프랑스의 아레바 등이 주도하는 컨소시엄, 제너럴일렉트릭(GE) 및 히타치의 미.일 컨소시엄 등이다.

WSJ는 UAE 원전 수주경쟁 초기에는 프랑스 및 미.일 컨소시엄 2곳의 경쟁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국의 입찰이 세계 원전사업을 주도했던 기존의 경쟁자는 물론 UAE 정부 관계자들도 놀라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수주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한국이 당초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식통에 따르면 보다 싼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한 한국과의 가격 차이를 줄이기 위해 프랑스 컨소시엄은 자신들의 제안을 수정하고 당초 계획보다 더 적은 수의 원자로를 짓겠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세계 원전사업은 프랑스와 일본, 미국, 러시아에 의해 주도돼 왔다.

그러나 전세계 원자로 439개의 절반 이상이 2030년까지 노후화에 따른 폐기가 예상되는데다 기후변화 문제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원전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주자들이 등장할 여지를 높이고 있다.

WSJ는 한국 컨소시엄이 UAE 원전사업을 수주할 경우 이는 한국의 원전 노하우의 첫 수출이 된다면서 전문가들은 한국 원전사업의 향방이 이번 UAE 수주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UAE 원전 사업자 선정에 관여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기술적인 면 뿐 아니라 이번 수주에 참여한 업체와 국가들이 UAE와 맺고 있는 경제적.전략적 유대 관계도 수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WSJ는 프랑스의 경우 올해 UAE에 군 기지를 여는 것과 함께 원전 수주 로비를 위해 안-마리 이드락 해외무역담당 국무장관을 UAE에 파견하고 미.일 컨소시엄의 경우 GE는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아부다비를 방문한 것과 함께 UAE 국영 투자회사와 80억달러에 달하는 합작 계약을 맺었다면서 한국의 경우 UAE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라고 소개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