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로 만들었어도 물 위에 떠 자유롭게 이동하는 부두시설,바다 위에 떠다니는 호텔,해상 놀이공원….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이 아니다. 이미 현실화됐거나 개발이 진행 중인 첨단 해양설비다. 바다 위에 떠다니는 '하이브리드 안벽(배가 접안할 수 있는 부두시설)' 기술은 이미 개발을 끝마쳤다. 조선업계는 이를 응용해 바다 위 호텔,놀이공원 등의 다른 설비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업계는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를 하역할 때 배를 대는 안벽을 이동시킬 수 있는 바다위 부두 관련 시장 규모가 2012년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항만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이 방식의 해상구조물이 대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떠다니는 부두·해상호텔·놀이공원… '플로팅 시장' 열린다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안벽 개발

한국해양연구원은 1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산업체와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고회를 열어 새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안벽 기술을 공개했다. 하이브리드 안벽의 가장 큰 특징은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배가 항구에 들어오면 선박의 다른 측면으로 이동해 양쪽에서 짐을 내릴 수 있다. 지금은 선박의 한쪽 면에서 통상 3~5개의 크레인으로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 기술을 상용화하면 양쪽에서 최대 9개의 크레인으로 작업해 하역시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된다.

하이브리드 안벽은 세로 480m,가로 160m,깊이 7m 규모로 1500억~2000억원의 건설비용이 든다. 철이 아닌 콘크리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약 30%가량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바닷물에 부식될 염려도 적다. 3m 높이의 파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아직 해외에서 떠다니는 부두를 상용화한 곳은 없다.

김종래 국토해양부 항만투자협력과 서기관은 "대형 선박에서 하역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이 기술 개발에 나섰다"며 "하이브리드 안벽 기술이 상용화되면 1만5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의 하역 시간을 20% 이상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 개발사업은 국토해양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능형 항만물류시스템 연구개발 사업의 세부과제다. 2003년부터 6년간 총 연구개발비 116억원(정부 86억원,민간 30억원)을 투입했으며 한국해양연구원과 삼성중공업,건일엔지니어링 등이 참여했다.

◆조선업계,"황금시장을 잡아라"

조선업계는 철로 만든 부유식 해상 구조물 분야에서 하이브리드 안벽에 적용된 콘크리트 기술을 응용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 안벽 개발에 참여한 삼성중공업은 2007년부터 20여명 규모의 부유식 콘크리트 구조물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관련 분야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오는 2012년까지 30여명으로 인원을 확충해 기본 기술을 응용한 '떠다니는 도로''떠다니는 호텔''떠다니는 인공섬' 등에 이르는 다양한 콘크리트 구조물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 등 철로 만든 기존 부유식 해상 구조물 사업분야에서도 콘크리트를 사용해 철을 대체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관련 기술을 응용하면 철 구조물보다 30% 싼 비용으로 FPSO 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떠다니는 호텔 등 사람이 거주하는 콘크리트 구조물 연구 개발도 2012년까지 마무리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STX조선해양도 지난 9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움직이는 항구(mobile harbor) 개발과 관련한 설계 용역을 체결한 뒤 관련 분야 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는 콘크리트로 만든 부유식 호텔,놀이공원 등을 시도하고 있다"며 "갈수록 커지는 부유식 해상 구조물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조선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김동민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