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자동차그룹이 옛 현대그룹으로부터의 계열분리 10년을 앞두고 전체 계열사를 아우르는 '10 · 10 비전'을 제시하기로 했다. 과거 10년의 성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10년 동안 더 도약하겠다는 취지다. 그 일환으로 그룹 통합경영에 속도를 내기 위해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 총 41개 계열사의 기업이미지(CI)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10년 만에 자산규모 세 배

현대차그룹이 독립한 것은 2000년 9월이었다. 당시 현대차그룹 소속은 현대차와 기아차,현대정공,현대강관,현대캐피탈,현대우주항공,오토에버닷컴,이에치디닷컴,인천제철,삼표제작소 등 10개에 불과했다. 자산총액은 34조390억원이었고,재계 순위는 공기업을 제외하고 5위였다.

정몽구 현대 · 기아차 회장은 계열분리 후 그룹의 비약적인 성장을 주도했다. 로템(옛 한국철도차량)을 인수하는 등 2년 만인 2002년 계열사를 26개로 확대했다. 자산 규모를 47조원 이상으로 키웠으며,옛 현대그룹의 상징인 서울 계동사옥 본관도 매입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 4월 기준 자산 규모는 86조9450억원으로 집계됐다. 출범 당시보다 외형이 2.55배 커졌다. 재계 순위(자산 기준)도 삼성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계열분리 직전 '글로벌 톱10' 진입을 목표로 삼던 현대 · 기아차는 올해 도요타 GM 등에 이어 글로벌 5위로 도약했다.

지주회사 전환도 추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지분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도 지주회사 체제가 나을 것이란 게 그룹 측 판단이다.

현재 현대차는 기아차(36.4%)를,기아차는 현대모비스(16.9%)를,현대모비스는 현대차(20.8%)를 각각 소유하는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에 지주회사 역할을 맡기면서 동시에 그룹 차원에서 친환경 · 지능형 산업으로 사업 구조를 변화시켜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인 현대 · 기아차는 전기차 및 수소연료전지차 등을,현대모비스는 2차전지 등을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에 그룹의 10년 발자취를 정리하는 사사를 발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그룹 통합CI 작업 등은 광고기획 계열사인 이노션이 맡고 있으며,이노션은 이쪽 분야에 정통한 외부 인재를 여러 명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통합 CI에선 기아차 브랜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현대그룹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가 중요한 포인트"라며 "현대차그룹의 새 출발을 담아내기 위해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재길/장창민/박동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