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내놓은 부품.소재 종합대책은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이 부문의 만성적인 대일(對日) 의존도를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선, 전자, 자동차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 제조업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있지만 그 밑바탕을 이루는 부품.소재 산업의 취약성은 여전한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돈 벌어 일본 좋은 일 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의존도 낮춘다 = 우리나라 제조업의 대표적인 취약점으로 꼽히는 부품.소재산업은 이미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5.3%(2007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완제품 산업의 고용이 설비자동화와 생산설비 해외 이전 등으로 14만명 줄어든 데 비해 부품.소재산업의 고용은 122만명에서 129만명으로 늘어나 부가가치 생산뿐 아니라 고용 측면에서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

또 이 분야의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2001년 27억 달러에서 계속 늘어 전체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에도 흑자폭이 348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흑자기조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범용 석유화학제품 등 몇몇 품목에 편중된 측면이 강했다.

특히 부품.소재 분야의 전체 무역흑자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의 대일 무역적자는 2001년 105억 달러에서 지난해 209억 달러로 오히려 두 배로 불어난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핵심 부품.소재의 자립화 달성'을 목표로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을 취한다는 방침이다.

한.중.일 간 산업 분업구조와 제한된 시장 때문에 기술 개발이 가능해도 사업화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무역수지에 영향이 큰 부분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지경부는 내년 1월까지 부품과 소재 가운데 각 10개씩, 모두 20개 품목을 선정해 부품.소재기업과 수요기업이 함께 연구.개발(R&D)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방침이다.

또 과제당 지원규모를 현행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해 모두 2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소, 중견기업이 많은 부품.소재기업의 특성상 R&D가 이뤄지더라도 '우물안 개구리'가 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대기업, 글로벌 기업들을 R&D 초기단계부터 끌어들이는 개방형 기술혁신(오픈 이노베이션) 방식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산업기술진흥원과 코트라(KOTRA)가 나서 국내 부품.소재기업과 이를 필요로 하는 해외 글로벌 기업을 맺어준 뒤 제품이 개발되면 해당 글로벌 기업이 구매하도록 하는 개념의 사업으로, 내년도에 400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중소.중견기업의 R&D에서 최대 애로인 인력문제 해결책도 세 갈래로 마련됐다.

화학, 재료, 금속 등 소재관련 학과를 중심으로 내년 4∼5개 대학에서 100여 명의 학생을 뽑아 교육비와 생활비를 전액 지원한 뒤 이들의 경력을 정부가 관리해나가는 시스템이 그중 하나다.

이와 함께 생산기술연구원 등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채용한 인력을 정부가 70%의 인건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3년 이상 기간에 걸쳐 부품.소재 R&D기업에 파견하는 제도와 일본 퇴직 기술인력을 비롯한 해외 고급 해외인력 스카우트를 정부가 돕는 방식으로 곧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한 전문인력을 공급하는 제도도 마련됐다.

◇핵심소재 산업 자립화에 '올인' =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더 중점을 둔 것은 부품보다는 소재분야다.

핵심 소재산업에서 일본 등 선진국과의 격차가 4∼7년에 달하고, 우리의 기술 수준은 6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IT 등 주력 수출품목용 핵심소재를 일본에 의존해 대일 무역적자의 44%가 소재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우리 산업의 아킬레스건이다.

LCD 편광판용 TAC필름을 100% 일본에 의존하는 것은 비롯해 포토레지스트(감광성 플라스틱)과 반도체 기판용 PI필름도 90% 이상을 일본에 의존하는 품목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1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 사업은 단순히 자급과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대체품을 개발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표적인 고기능성 소재인 고어텍스처럼 한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가진 핵심소재품목 10가지를 개발한다는 게 골자다.

이미 타이타늄 소재, 나노글라스, 고분자 전해질 소재 등의 품목이 개발과제로 선정됐고, 나머지도 조만간 선정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후 기업과 학계, 연구기관이 10개 소재별로 기업형 사업단을 꾸려 ▲원천기술 확보(∼2012년) ▲응용 핵심기술 확보(2013∼2015년) ▲사업화 개발(2016∼2018년) 등 3단계로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사업단별로 프로젝트 매니저가 전권을 갖는 기업형 개발방식을 채택하되, 성과가 없으면 중도에 과제를 중단시키고 필요하면 복수 사업단을 선정해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성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