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의 부실 위험이 해소되지 않아 금융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양오석 수석연구원은 15일 `유럽은행의 부실 현황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상반기 유럽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지난 9월 완료된 스트레스 테스트(경제 상황 악화를 가정한 자본 건전성 측정)도 22개 주요 은행이 모두 통과했지만 이는 정부 지원과 자산 매각 등 일회성 요인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양 연구원은 "오히려 유럽 은행들은 성장력이 취약하고 부실 규모가 여전해 금융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HSBC와 BNP파리바를 비롯한 유럽 대형 은행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웃도는 등 이들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유럽 은행들의 부실이 심각한 것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레버리지(차입 투자) 비율을 지나치게 높여 고위험 사업에 뛰어든 결과 유동성 위기를 자초했고, 유럽 금융시장이 통합되면서 위기가 빠르게 퍼졌지만 금융 감독과 정책 대응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양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제 강화와 자본 확충 등으로 재무 건전성은 다소 나아지겠지만, 유럽 경제의 성장률이 낮은 데다 재정 적자로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도 기대하기 힘들다"며 "유럽 은행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해 글로벌 은행 산업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유럽 은행들의 디레버리징(차입 투자 축소)으로 자금 이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날 사업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