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이어진 극심한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일본항공(JAL)이 올 상반기에도 1조6800억원이 넘는 사상 최악의 적자를 냈다. JAL은 사업 전망이 너무나 불투명하다며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도 내놓지 못했다.

JAL은 13일 2009회계연도 상반기(4~9월) 순손실이 1312억엔(약 1조68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손실은 957억엔으로 역시 적자로 돌아섰으며 매출은 29% 감소한 7639억엔을 기록했다. 당초 올 회계연도 연간 순손실을 630억엔 규모로 내다봤던 JAL은 이날 종전 실적 전망치를 취소했다.

일본 1위 항공사인 JAL은 2차대전 후 국영 항공사로 출발해 1987년 민영화됐다. 하지만 무늬만 민영화일 뿐 정부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방만한 운영을 거듭해 왔다. 예를 들어 JAL의 부사장은 국토교통성 관료의 낙하산 자리로 지정돼 있다.

JAL의 구조조정 작업을 지휘 중인 일본 정부는 공적자금과 민간 출자를 포함해 총 3000억엔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측은 자금 조달 전제 조건으로 국내외 50개 적자 노선을 폐지하고 2015년까지 전체 직원 가운데 약 1만3000명을 정리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니시마쓰 하루카 사장을 비롯한 JAL 경영진은 퇴진하고 퇴직자와 직원에 대한 연금 지급액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JAL은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으로 세계 최대 항공사인 미국 델타항공과의 자본 제휴에도 나서고 있다. 델타항공은 300억~500억엔을 들여 JAL의 지분 7~11%를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며 투자 조건으로 JAL이 현재 속해 있는 항공동맹체 '원월드'에서 탈퇴해 델타가 있는 '스카이팀'으로 옮길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경쟁사인 미 아메리칸항공은 델타의 아시아 진출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손잡고 JAL에 약 3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