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값 미끄럼…비수기에 대만 물량 '공습'
올들어 공급 부족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던 LCD(액정표시장치) 값이 최근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 TV와 노트북,PC 업체들의 수요가 줄어든 데다 대만 LCD업체들이 물량을 쏟아내면서 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비수기와 공급과잉이 겹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시각과,LCD 값이 당분간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꺾이는 LCD 값 상승세


13일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 서치에 따르면 19인치 모니터용 LCD 국제가격은 지난 9월 85달러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중순께엔 77달러로 9.41% 떨어진 데 이어 이달 초에는 76달러로 더 하락했다.

노트북에 쓰이는 LCD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9월만 해도 67달러에 거래되던 14인치 HD(고화질) 패널 값은 한달 사이 3달러 내렸다. 이달 초에는 63달러로 지난달보다 1달러 더 빠졌다.

TV용 LCD인 42인치 풀HD(초고화질) 제품은 지난 8월까지는 360달러선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10달러(2.77%) 떨어진 뒤 이달 초에는 2달러(0.57%) 더 낮은 348달러로 주저앉았다.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32인치 TV용 제품도 내림세가 확연하다. 9월 중순 215달러였던 LCD 값은 지난달 210달러로 2.3% 하락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208달러에 거래됐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주춤


LCD 값이 하락세를 보인 데에는 세트업체들의 영향이 컸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들어있는 연말은 전통적으로 TV와 노트북,PC 업체들의 최대 성수기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3분기에 LCD를 대거 구매해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연말과 반대로 연초는 TV와 PC 업체들의 비수기로 꼽힌다. 연초에 TV와 PC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적기 때문에 4분기에 들어서면 LCD 수요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요즘 LCD 값이 빠지는 것은 계절적 요인 탓이라는 설명이다.

올해는 여기에 AUO,CMO 등 대만 업체들이 앞다퉈 LCD 생산을 늘리면서 가격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올초 LCD 업황 악화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던 대만 업체들이 하반기 들어 LCD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자 물량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업체들의 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공급이 시장수요를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LCD 시장은 '맑음'


LCD 값이 두 달 연속 미끄럼을 타고 있지만 내년도 시장 전망은 어둡지 않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세계 2위 TV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이 버티고 있어서다. 중국에서 디지털 TV를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전체 시장의 10%도 채 되지 않는 데다 HD(고화질) 방송 시작으로 점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선보인 운영시스템(OS) 윈도7도 LCD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업계는 윈도7 효과에 힘입어 노트북과 PC를 중심으로 한 교체수요가 늘면서 LCD 패널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서치는 "현재 LCD 수요는 부진한 상태지만 중국 등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로 내년 2분기께에는 공급부족 상황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스플레이 서치는 중국이 오는 2011년께 세계 최대 TV 시장인 북미를 추월해 세계 시장의 21.3%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