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약세, 위안화 절상 겨냥한 성명서 발표
경기부양책 조기 철회 반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들은 12일 달러화 약세와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율 정책을 융통성 있게 풀어가고 경기부양책을 서둘러 철회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APEC 회원국 외무.재무장관들은 이번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릴 APEC 정상회담에 앞서 12일 사전회의를 갖고 환율과 금리의 융통성을 넓히는 방향에서 경제를 운용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APEC 회원국들은 성명에서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시장지향적 환율의 관점에서 물가안정 목표에 부합하는 통화정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심각한 불균형을 겪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중국산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아시아 국가들에도 주요 관심거리다.

특히 이번 성명에는 중국 대표부도 참여해 중국 측이 곧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위안화 절상 문제와 관련,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발표한 3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위안화 절상을 다시 용인할 방침임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APEC 회원국들 간 주요 논의 내용 중 하나인 달러화 약세는 달러화 표시 외환 보유액이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필리핀의 마가리토 테베스 재무장관은 이날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회담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아시아에 달러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국가부채를 조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기 때문에 달러화는 곧 약세를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또 회원국들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각종 경기부양책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아시아 국가들은 총 1조 달러의 경기 부양책을 시행 중이다.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출구전략 시행 등 경기부양책을 철회하는 시기는 국가마다 다를 수 있다"면서도 "경제 성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부양책 철회에 앞서) 기업신뢰 회복과 투자 확대, 실업률 하락 등이 먼저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다른 지역보다 금융위기의 피해를 덜 입은 아시아에서 분명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런 상황이 앞으로 6개월~1년 간 계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밝혀 경기부양책의 조기 철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APEC 회원국들은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를 촉진해 역내 경제를 통합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회원국들은 또 국제 무역에서의 보호주의를 거부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타결을 위해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할 것을 촉구했다.

(방콕연합뉴스) 현영복 특파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