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단독으로 뛰어들었던 효성그룹이 특혜시비 끝에 인수의향서를 낸 지 50여 일 만에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12일 "지난 9월22일 인수의향서를 내기 전부터 수개월간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검토를 해왔다"면서 "우리 회사는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점에서 인수를 검토했지만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아 공정한 인수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해 인수의향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효성은 11일 밤 경영진 회의를 통해 하이닉스 인수 철회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은 현직 대통령 사돈기업이라는 이유로 불거진 특혜시비의 와중에 하이닉스 인수의향을 철회하면서 "매우 안타깝고 힘든 결단이었다"고 밝혔다.

섬유사업으로 출발해 중공업과 화학, 건설, 정보통신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온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및 전자소재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그룹으로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왔다.

그러나 효성이 4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하이닉스 인수 뜻을 밝혔을 때 시장의 반응은 "시너지 효과도 없고, 인수자금도 부족할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이를 반영해 하이닉스 인수의사를 밝힌 이후 효성의 주가는 곤두박질 치기도 했다.

하지만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하고자 연간 7천억 원에 이르는 현금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자산매각, 지주회사 전환, 해외부문 상장, 국내외 재무투자자와 컨소시엄 구성 등을 철저히 준비해 왔다고 뒤늦게 밝혀 내부적으로는 하이닉스 인수에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효성의 이런 의지에도 불구하고 과거 비자금 수사문제와 총수 일가의 해외 부동산 문제 등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여기에 특혜시비가 가세하면서 하이닉스 인수문제는 점점 꼬여갔다.

더구나 검찰이 총수 2세들의 해외 부동산 구입과 관련해 계좌추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전방위 압박이 계속되자 효성은 불가피하게 하이닉스 인수의향 철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하이닉스 인수도 어려워질 뿐 아니라 효성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효성 관계자는 "입찰제안서 마감시한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까지 특혜라고 의심하는 등 시장의 오해와 억측, 루머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인수 협상을 진행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인수포기를 최종 결정한 배경을 밝혔다.

효성은 이날 하이닉스 인수 포기 발표문을 통해 "특혜는 전혀 없고 있을 수도 없다"면서 "이번 일을 통해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통감했다"고 밝혔다.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 포기로 일단 특혜시비에선 벗어났지만, 눈앞에 닥친 해외 부동산 구입 문제 등 을 풀고 경영 정상화를 이룰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