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 국민은행 연수원 2층 강의실.얼마 전 이곳에서 신입사원 채용에 응시한 950명은 6명씩 조를 나눠 임원들을 상대하듯 2명의 면접관 앞에 섰다. 이들은 2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필기시험에 합격한 입사 준비자들이었다.

이들이 작성한 자료가 스크린에 투영되자 면접장엔 일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민은행의 경쟁 상대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피 튀기는 PT(프레젠테이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지원자들은 주제를 제시받은 지 불과 30분 만에 PT 자료를 만든 뒤 이를 완벽하게 소화해 5~8분 만에 PT를 마쳐야 했다.

PT가 끝나자 곧바로 집단토론 면접이 이어졌다. 6명이 한 조를 이뤄 한 가지 주제를 놓고 30분 동안 찬반 토론을 벌이는 형식이다. 이날 주어진 토론 주제는 '목표 세우기 vs 목표 세우지 않기'.성공을 위해 목표를 세우는 게 필수적인지,아니면 목표를 세우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지를 묻는 내용이다. 지원자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4~5차례의 발언 기회를 통해 어떻게든 상대방을 설득했다.

집단토론이 마무리되자 개별 면접이 이어졌다. 지원자의 성장 과정에서부터 취미,지원 동기,봉사활동,인턴생활 등에 대한 면접관의 날카로운 질문이 계속됐다. 3단계로 구성된 1차 면접이 끝날 때까지는 3시간이 넘게 걸렸다. 면접을 마친 한 지원자는 "작년에 은행에 합격한 선배들로부터 듣던 것보다 면접 절차가 훨씬 더 까다로운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정작 인사 담당자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고도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비슷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어 정말로 필요한 인재가 누구인지를 가려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학점 영어성적 봉사활동 인턴생활 해외경험 등 이른바 '스펙(spec · 학점이나 자격증,영어 성적 등 취업 때 제출하는 구직자의 객관적인 조건)'에서 지원자들 간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송인성 국민은행 인사부장은 "스펙만 화려하고 실무능력이나 잠재력이 부족한 '헛똑똑이'는 철저하게 가려내려 하지만 지원자들도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구직자와 은행 인사 담당자들의 기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강동균 경제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