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키운 특허 하나,열 재테크 안부럽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주변에서 '반도체 교수'로 통한다. 첨단 반도체 소자인 무결정 웨이퍼,중금속 오염을 스스로 정화하는 슈퍼실리콘 웨이퍼 등 다수의 첨단 반도체 재료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최근엔 '특허 부자'라는 새 타이틀이 하나 더 붙었다. 지난 10여년간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 등에 이전해 자신은 물론 대학에 벌어준 기술이전 수입이 자그마치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박 교수처럼 첨단기술을 개발해 억대의 기술이전 수입을 올리는 대학교수와 공공기관 연구원들이 적지않다.

특허청(청장 고정식)은 2000년 이후 각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의 특허기술 이전 수입을 조사한 결과 박 교수를 포함해 20여명의 교수와 연구원들이 5억~50억원 대의 기술이전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발표했다.

박 교수는 기술이전 기업과의 비밀준수 계약에 따라 '액수 미공개'조건으로 1위에 올랐지만 최소 50억원대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청 관계자는 "교수와 연구원은 보통 소속 기관과 이익분배 계약이 맺어져 있어 실제 연구자들이 손에 쥐는 수입은 소속기관으로 입금된 액수의 50~7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25억원 정도의 수입이 박 교수에게 생긴 셈이다.

2위는 현택환 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부)로,암 진단과 치료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조영제용 다공성 나노입자 제조기술을 개발해 23억원을 벌어들였다. 또 윤경구 강원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일반적으로 14일 만에 굳는 교량보수용 콘크리트를 3시간 만에 굳게 하는 '초속경 라텍스 개질콘크리트'로 약 12억원을 벌어들여 대학 교수 중 3위에 올랐다.

또 공공연구기관 연구자 부문 1위에 오른 김종호 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촉각센서를 활용한 초소형 마우스 및 터치 스크린 기술을 개발해 20억원을,한석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국형 경량전철 차량시스템을 개발,철도관련 업체 13개 기관에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총 20억원의 수입을 올려 2위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이 같은 수입이 '특허 부자'에게 모두 귀속되는 일은 드물다. 한 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상당수 금액이 새로운 기술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되거나,함께 일한 제자 연구원들에게 수당으로 지급되다 보니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