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의 무역 의존도가 사상 처음으로 90%대를 넘어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국민경제에서 대외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인 경상국민소득 대비 수출입 비중이 92.3%(수출 45.4%，수입 46.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한국의 무역 의존도는 지난 2000년 62.4%를 기록한 이래 2001년 57.8%，2002년 54.6%，2003년 57.9%，2004년 66.2%，2005년 64.6%，2007년 69.4%로 50~60%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전년 대비 22.9%포인트나 뛰면서 90% 선을 넘어섰다.

재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급속히 침체되면서 취약한 내수시장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더 받은 것이 무역 의존도를 높인 이유"라고 분석했다.

작년에 무역 의존도가 전년 대비 20%포인트 이상 뛴 국가는 조사대상 93개국 가운데 싱가포르(24.9%포인트 상승)와 한국뿐이었다.

무역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싱가포르와 홍콩으로 각각 361.7%와 348.4%에 달했으며 벨기에(188.3%)，말레이시아(168.5%)，슬로바키아(152.7%)，헝가리(138.2%)，체코(133.0%)，태국(128.7%)，대만(126.8%)，네덜란드(118.4%)，한국(92.3%) 등의 순이었다. 대부분 소규모 개방 경제 체제로 내수 시장이 취약한 국가들이다. 반면 일본(31.6%)，인도(37.7%)，호주(39.1%)，스페인(43.3%)，프랑스(46.0%) 등 대체로 인구가 많고 내수 시장이 발달된 나라들은 무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무역 의존도가 1년 새 20%포인트 이상 급증한 것은 그만큼 '외풍'에 의한 경제 불안정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선 의료 교육 법률 등 서비스업 선진화를 통해 내수시장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