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액정표시장치) 기술 특허권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온 삼성전자와 일본 샤프사(社)가 2승2패씩을 기록한 채 3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9일(미국 시간) 샤프가 측면 시야각 등을 개선하는 자사의 LCD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샤프의 손을 들어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결정을 최종 재가하면 삼성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광시야각 기술(VA:Vertical Allignment)을 사용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양사의 특허권 전쟁은 2007년 샤프가 삼성전자의 LCD가 자사 특허 5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텍사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이어 같은 해 11월 샤프는 일본 법원에도 소송을 냈고,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같은 달 텍사스 법원에, 12월에는 ITC와 일본 법원에 각각 맞소송을 제기해 양측 간의 특허권 분쟁은 전면전 양상으로 번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일본 도쿄지방법원에서 열린 특허침해 소송 재판에서 샤프에 패소했으나 3월에는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LCD 제조 방법에 관한 특허 분쟁에서 샤프에 승소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올해 6월 삼성전자가 특허 침해 소송 1건에서 최종 승소해 해당 샤프 제품의 수입 금지 조처를 이끌어냈고, 이번엔 반대로 샤프가 승소했다.

그러나 아직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소송이 미국에서만 여러 건 남아 있어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1승1패씩을 주고받은 두 회사는 3라운드 싸움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ITC에서의 패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한 편이다.

특허권 침해 소송 결과가 시장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소송을 제기한 이후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1~2년의 시간은 해당 특허 침해를 피해갈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9월 샤프가 문제를 제기한 특허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로운 LCD TV 패널을 개발해 46인치, 52인치 등 대형 TV에 적용해 양산하고 있고 연말까지 모든 LCD TV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ITC 결정을 재가하더라도 수입 금지 조처가 내려지는 내년부터는 특허권 침해 논란에서 벗어난 새 제품을 공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또 ITC의 수입.판매 금지 결정이 북미 지역에 국한된 것이어서 이미 생산된 물량은 유럽, 중국 등 다른 지역으로 돌릴 수도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기술력과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LED TV에 주력한다면 `잘나가는' 미국 시장에서도 LCD 특허 논쟁 때문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두 회사가 소모적인 법적 공방을 계속하는 것이 모두에 실익이 없는 점을 들어 특허권 교차사용(크로스 라이선스) 협정 등을 통해 `휴전체제'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ITC 판정에 대해 "법적.기술적 조치를 동원해 제품을 공급하는 데는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이미 내부적인 준비를 마쳤다"고 여유로운 입장을 내비쳤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