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은 막아주고 땀(습기)은 배출하는 투습방수(透濕防水) 의류 소재 '하이포라(HIPORA)'로 잘 알려진 코오롱패션머티리얼(코오롱FM).섬유원사 · 원단 전문 제조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 6월 머리카락 10만분의 1 굵기인 나노섬유를 활용,하이포라 기능을 훨씬 극대화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출시 목표시기는 2014년.투습방수 의류 브랜드 1위 기업인 미국 고어텍스 제품과 대등한 방수기능에 땀을 발산시키는 능력은 최대 두 배 이상 뛰어난 기능을 지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패션 · 섬유소재 업체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섬유원사 · 원단 부문의 신소재 개발과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통해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 · 패션센터에서 열리는 '섬유의 날' 행사에는 김웅기 세아상역 회장(금탑산업훈장)을 비롯해 김창호 코오롱FM 대표(은탑산업훈장),김석한 인성하이텍 회장(동탑산업훈장) 등 총 56명의 섬유업계 관계자들이 수출 증대 및 기술개발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 포상을 받는다.

◆OEM 넘어 ODM으로 세계시장 공략

세계 1위 의류 수출업체인 세아상역은 갭 바나나리퍼블릭 리바이스 등 해외 30여개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의류를 공급하며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6개국 20곳의 공장에서 매달 140만장의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올 수출액은 지난해(7억9000만달러)에 비해 16.5% 증가한 9억20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빼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비결은 철저한 품질관리다. 본사 소속의 품질관리 전문가들을 각국 생산 현장에 파견,불량품 생산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깐깐한 해외 바이어들의 요구를 충족시킨 비결도 여기에 있다.

세아상역은 고객사의 디자인을 그대로 받아 옷을 만드는 OEM 사업 방식의 한계를 넘기 위해 자체 개발한 디자인을 고객사에 제안하고 생산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 전환에 힘쓰고 있다. 미국 뉴욕과 LA에 둔 디자인센터는 다양한 샘플을 제작,고객사에 디자인을 역(逆)제안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7년 캐주얼 브랜드인 'TATE'를 선보였다. 같은 해 6개 의류 브랜드를 가진 인디에프(옛 나산)를 인수,종합 패션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김웅기 회장은 "국내외 경쟁업체들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ODM 방식의 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계 인조모피 시장 40% 점유

'피부처럼 숨 쉬는 옷'.1984년 이 같은 카피를 내걸고 등장한 하이포라는 국내 최초의 투습방수 원단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이포라를 개발한 주역은 코오롱FM(당시 ㈜코오롱의 원사 · 원단사업부문).특수코팅 기술을 접목한 하이포라는 국내 섬유원단이 고기능 소재 분야로 진화한 첫 사례로 꼽힌다. 브랜드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절,하이포라를 비롯해 쿨론(COOLON),폴라론(POLARLON) 등 섬유원사 · 원단에 브랜드를 도입한 곳도 코오롱FM이 최초다.

하이포라는 출시 이후 25년이 지났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여전히 잘 팔리는 장수 브랜드로 깊이 각인돼 있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짝퉁' 상품을 만들고 있을 정도다. 2007년 총 30만~40만야드 정도였던 하이포라 생산 물량은 올해 500만~700만야드에 이를 전망이다.

스위스 D&K 컨설팅에 따르면 이 회사의 코팅방식 세계 투습방수 원단 시장 점유율은 일본 도레이(10%)에 이어 2위인 8%에 이른다. 고어텍스를 능가하는 몰딩방식(섬유원단에 나노섬유를 접합)의 투습방수 신소재 개발도 주목받고 있다. 김흥권 코오롱FM 원단사업본부장은 "경쟁 상대인 고어텍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성하이텍은 1986년 설립 이후 인조모피 분야란 외길을 걸어온 '한우물' 기업이다. 세계 인조모피 시장점유율은 40%가 넘는다. 연간 생산물량은 800만야드 안팎으로 단일 회사 중 생산 규모가 가장 크다. 1993년 중국 칭다오에 현지법인 및 공장을 설립하는 등 일찌감치 글로벌 전략을 구사한 것이 회사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인성하이텍은 대나무와 콩껍질,옥수수 추출물 등 자연섬유로 인조모피를 제조하는 친환경 신공법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전종식 인성하이텍 이사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진피(眞皮)에 가까운 인조모피를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섬유산업 역군' 정부 포상

올해로 23회째를 맞는 '섬유의 날'은 1987년 국내 단일산업 최초로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한 날(11월11일)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 섬유의 날에는 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에 대한 포상과 함께 친환경 에코 · 패션쇼가 열린다.

지난 10일에는 섬유주간 행사 차원에서 한 · 독 기술섬유 심포지엄이 개최돼 섬유 선진국인 독일 기업과 효성 코오롱 웰크론 등 국내 기업들이 상호기술협력 과제를 논의했다. 12일에는 한 · 베트남 섬유협력 세미나가 열린다.

이정선/이정호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