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륙 '에코시티' 건설 붐…'환경오염 大國' 오명 씻는다
'친환경 도시(에코시티)'가 중국 도시개발의 주요 아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 시정부도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인 에코시티 건설을 야심차게 추진 중이다. '중국=환경오염국'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목적뿐 아니라 중국 정부가 표방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차원에서도 에코시티 건설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환경오염과 수질 악화,에너지 소비 증가,주택 및 교통난 등 각종 도시문제를 '그린테크'로 해결한 시범도시를 만들어 향후 신도시 개발의 모델로 삼겠다는 것이다.

◆친환경기술 강국 노리는 중국

중국 정부는 싱가포르와 손잡고 톈진시 빈하이신구에 에코시티를 조성하고 있다. 1994년 상하이 인근 쑤저우 첨단산업단지를 성공적으로 합작 개발한 경험이 있는 양국은 2007년 말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톈진 에코시티 건설에 합의했으며 지난해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톈진시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에코시티 건설에 총 64억위안(약 1조1500억원)이 투입됐다. 일부 도로와 행정시설 등이 완공됐으며 아파트와 주거단지도 착공됐다.

시정부 차원에선 상하이시가 인근 충밍다오의 둥탄지역에 에코시티 건설 40년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상하이시는 둥탄 건설에 다양한 친환경 및 에너지 절감 기술을 적용해 일반 도시에 비해 에너지 사용은 60%,각종 폐기물 배출은 8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5~10월 열리는 상하이 세계박람회(엑스포) 때까지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1단계 공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 금융위기 여파로 차질을 빚고 있지만 지난달 31일 상하이시와 충밍다오를 잇는 상하이 창장쑤이교가 개통되면서 코닥 옴론 등 외국계 기업 고위 간부들이 투자를 위해 이 지역을 둘러보는 등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또 광둥성 주하이시는 마카오와 공동으로 마카오 남쪽 헝친다오를 금융과 정보기술(IT) 중심의 친환경 에코섬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후베이성 남동부에 있는 셴닝시는 지난달 24일 에코시티 건설을 위해 독일 기업 지멘스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중국 국무원은 2007년 후베이성 우한시를 포함해 인근 8개 도시를 하나의 도시권으로 묶어 '자원절약과 환경친화형' 종합개혁 시범구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셴닝시는 이들 8개 도시 중 하나다. 셴닝시는 지멘스와 함께 △친환경 도시모델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그린 발전소 △그린 빌딩 기술을 접목한 랜드마크 건설 △농촌지역에 특화된 헬스케어 시범시스템 구축 등 4가지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랴오닝성의 선양시도 에코시티 건설을 위한 밑그림을 구상 중이다. 베이징 차오양구와 상하이 양푸구는 자체적으로 공공건물 등을 친환경적으로 바꿔 탄소 배출과 전력 사용을 낮추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엔 새 사업 기회

중국의 에코시티 건설은 친환경 기술을 가진 기업들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멘스 차이나의 경우 50억위안(9000억원)을 혁신적인 에너지효율과 친환경 기술 및 솔루션 개발에 쏟아부었다. 지멘스 차이나는 내년쯤에는 수주액의 약 40%가 친환경 사업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멘스는 지난 주말까지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산업박람회에서도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이란 컨셉트 아래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와 전기차를 연계시킨 '친환경 솔루션'을 선보였다. 리처드 하우스만 지멘스 북동아시아 클러스터 최고경영자(CEO)는 충전된 전기를 스마트 그리드로 재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 'e-Ruf 그린스터'를 소개하며 "전기차가 낮에 주차돼 있을 때 남는 전기를 스마트 그리드로 보낼 수 있게 되면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문제점인 공급의 불규칙성을 보완하는 이동식 저장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멘스는 내년 상하이엑스포에도 '혁신도시 기반시설 및 헬스케어 조명 부문 공식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쉬지안궈 지멘스 엑스포 프로젝트센터장은 "배전,지능형 빌딩 시스템,방재 및 보안 시스템,조명 부문의 친환경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터 뢰셔 지멘스 CEO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위기 와중에도 친환경 분야의 매출은 지난해 190억유로(283억달러)에서 올해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