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2월 출시한 신형 에쿠스의 헤드라이닝(실내 천장부분)엔 코오롱이 개발한 초극세사(超極細絲) '샤무드'가 장착돼 있다. 코오롱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샤무드 원사의 굵기는 머리카락의 1000분의 1인 3㎛(마이크로미터) 수준.가는 만큼 부드럽고 안락하며,통기성이 좋아 먼지와 세균번식을 막는 효과가 있다.

코오롱이 이 제품을 상용화하기까지는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1990년대 초반 원천기술을 확보했지만 초극세사에 적용할 수 있는 제직,염색 등 후속 가공기술이 받쳐주지 않은 탓이다. 노환권 코오롱 섬유연구소 소장은 "섬유산업은 원사 제조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속공정을 담당하는 업체들의 기술도 동시에 개발되지 않으면 상용화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섬유 · 신기술 공동개발 붐

일본 섬유업체 도레이를 벤치마킹해 2007년부터 시작된 '스트림 간 협력기술개발사업'은 '뭉쳐야 사는' 섬유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도입된 방식이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원사 · 직물 · 염색 분야 등 각 공정별 섬유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신섬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면(綿) 소재의 천연섬유를 대체해 합성섬유로 벨벳 직물 및 제품 개발에 성공한 제원화섬 컨소시엄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제원화섬은 도레이새한 영도벨벳 올텍스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2년간 총 22억원을 투자해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머리카락 100분의 1 굵기의 '초극세 특수단면 폴리에스터'를 개발했다. 이 원사를 사용해 고급 벨벳 제품도 만들었다.

천연섬유처럼 단면이 세로 형태의 직방형(直紡形)이어서 반발력과 회복력이 좋고,눌러도 자국이 남지 않는다. 제품 표면 역시 갓난아이 피부처럼 부드럽고 보온성이 높다. 이런 장점이 알려지면서 90% 이상 수출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삼일염직도 지난 6월 삼성교역,원영T&B 등과 공동으로 야간 위장이 가능한 나일론 소재의 '스텔스 군복' 개발에 성공했다. 이 제품은 특수 날염기술이 적용돼 야간에도 적외선 카메라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파카RGB가 세계 최초로 '나일론 형상 기억섬유'를 개발했다. 이 섬유는 기존 금속이나 PTT섬유(폴리에스테르 원사의 일종)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 색상도 선명해 기존 형상기억섬유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내년 수입대체 효과 5000억원

그동안 스트림 간 협력기술개발사업을 통한 성과는 시제품 개발 473건,사업화 187건에 이른다. 올해는 정부가 총 300억원을 지원했다. 지식경제부는 2012년까지 총 1390건의 시제품 개발과 444건의 사업화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업성과도 가시화하는 추세다. 내년에는 5045억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김인수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홍보팀장은 "스트림 간 협력사업은 연구인력과 자금력이 부족해 단독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기 어려운 중소 섬유업체들에 효과적"이라며 "첨단 기술섬유 개발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보다 많은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