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에 필요" vs "M&A의 긍정기능 저해"

정부가 9일 `포이즌필'(poison pill.신주인수선택권)을 도입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함에 따라 찬반 논쟁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로 정관을 바꿔 포이즌필을 도입할 수 있고,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M&A) 상황이 되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인수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 어떤 내용 담았나 = 포이즌필은 인수 대상 회사 이사회 의사에 반해 적대적 M&A 등 경영권 침해가 우려될 때 인수자 이외 주주에게 미리 정한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로, 경영권 장악을 어렵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인수선택권은 M&A에 대한 방어 수단이므로 무상으로 주어져야 하며, 경영권 양도 목적으로 남용될 수 있으므로 주주 외에 제3자에게 부여해서는 안 된다.

이사회는 회사의 가치나 주주 일반의 이익을 유지ㆍ증진하기 위해 일부 주주의 인수선택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상환 조건 등을 차별적으로 정할 수 있다.

또 회사의 가치나 주주의 이익을 위해 적대적 공격자의 인수선택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거나 행사가격을 차별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격자의 지분을 희석할 수 있다.

인수선택권의 행사에 따라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주주가 경제적 부담을 느껴 행사를 포기하면 적대적 M&A의 방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액면가보다 낮게 발행하는 것이 허용된다.

인수선택권은 주식과 분리 양도할 수 없으며,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가 있으면 행사 기간 이전에 인수선택권 전체를 무상 소각할 수 있다.

이는 애초 목적과 달리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 필요성이 없어진 경우를 고려한 것이나 공격자 입장에서는 위임장을 확보해 인수선택권을 소각한 뒤 M&A를 계속 추진할 수 있다.

법무부는 제도의 남용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주주를 차별취급하도록 할 방침이며, 공격자나 이해관계인은 유지청구권, 신주발행무효 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통해 차별 취급이 적법한지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적대적 M&A 세력에 대한 판단은 정관과 이사회 등을 통해 이뤄지며 포이즌필 발동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결국 사후에 사법심사를 통해 가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 찬반 논란 = 법무부는 IMF 외환위기 후 외국인 투자유치 등을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 외국인 주식취득한도제한 등 규제가 폐지돼 적대적 M&A가 쉬워졌고 기업이 생산 투자에 사용해야 할 재원을 자사주 매입 등 경영권 방어에 소모하는 만큼 포이즌필 도입이 경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도 "공격은 열려 있는데 방어 장치는 미흡해 불필요한 현금 보유를 늘리고 주주의 눈치를 보느라 장기적 의사 결정을 피하는 등의 비효율이 있었다"며 "이를 개선하려면 선진국 수준의 방어장치가 필요하고 포이즌필은 그 첫걸음"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포이즌필이 시장의 자연스런 기능을 저해하거나 악용될 우려가 있어 도입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은 9일 열린 공청회에서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적대적 공개매수가 시도된 사례는 16건에 불과하며 이사회에 대한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강한 한국은 포이즌필이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의 사적편익을 위해 오ㆍ남용되기 쉽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SK증권 한 연구원은 "경영을 1인 1표의 주주 자본주의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는 반성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적대적 M&A를 포함해 활발한 M&A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기 때문에 손익은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회의실에서 상법개정 공청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정부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이세원 기자 abullapia@yna.co.kr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