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전무 등 승진 여부 관심

주요 대기업의 정기 임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인사의 폭과 내용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다수 기업들은 올 한해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도 선방한 실적치를 놓고 이미 정기 인사에 대비한 `논공행상'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에선 후계 경영 구도가 가시화하면서 예상보다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일 관련 기업들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정기인사를 가장 먼저 해온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내년도 경영진을 짜기 위한 인사를 내달 초 단행할 예정이다.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인사 폭이 비교적 작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8월 아시아나항공에서 그룹 전략경영본부로 자리를 옮긴 금호가(家) 3세 박철완 부장의 임원 승진 여부가 최대 관심거리다.

해마다 1월에 정기 임원 인사를 해온 삼성그룹은 안정된 경영체제를 갖춘 상태로 새해를 맞이하는 차원에서 연말로 인사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 인사에서는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설 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 전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신라호텔.에버랜드 전무와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의 동반 승진 여부도 주목 대상이다.

일각에선 이재용 전무가 승진과 함께 전자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기거나 삼성전자에서 주요 직책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전무는 삼성 특검 결과가 발표된 지난해 4월 이후 최고고객책임자(CCO) 보직을 내놓고 국내외 사업장을 돌면서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은 올해 초 CEO급 정기인사에서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12명 등 총 25명이나 자리를 움직여 이번 인사에서는 이동 폭이 작을 것이라는 전망과 이재용 전무의 승진과 맞물려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주요 계열사가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금융위기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한 점을 인사에 반영할 경우 일부 계열사 CEO만 교체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예년처럼 12월 말께 승진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인사 폭은 평소 규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임원 승진 인사 폭을 줄였던 점에 비춰볼 때 올해 정기 인사에서는 승진 규모가 다소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룹 일각에서는 올해 현대·기아차그룹의 인사가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제품 경쟁력을 배양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매년 '돌발성 인사'를 단행됐던 전례에 비춰 정기 인사와는 별도로 예상 밖의 인사내용이 발표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SK그룹은 올해도 예년처럼 12월 하순경 정기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연말에 SK에너지, SK텔레콤 등 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큰 폭의 인사를 했기 때문에 올해는 소폭 인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은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 합병을 앞두고 있어 다음달 중순 예정된 인사에서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신설 통신 통합법인의 초대 대표이사로는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내정됐다.

이 전 장관이 부회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커, 통신 3사의 현 CEO들은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거나 각 부문장을 맡게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주요 계열사의 CEO들이 대부분 3년 이상 임기를 채웠거나 3년을 앞두고 있어 통신 계열사 합병과 맞물려 인사 폭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작년 12월 말 30명의 임원승진 인사를 단행했던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올해도 작년과 같은 시기에 소폭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인사 역시 경기가 예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신종플루 영향이 계속되고 있어 대처 차원에서 '안정적'인 인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3세 중에는 조양호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상무(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와 장남인 조원태 상무(여객사업본부장)의 승진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한화그룹은 통상 연말과 연초에 임원 인사를 한다.

이달 말 한화리조트와 한화개발이 합병되고, 한화63시티도 다음달 중순에 통합되기 때문에 이른바 `레저 3사'를 합친 회사인 한화리조트의 대표이사를 누가 맡을지가 한화그룹에선 최대 관심사다.

연말에는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도 합병돼 대표이사가 새로 선임된다.

롯데그룹은 예년처럼 내년 2월 정기 임원인사를 한다.

올해 초 경제위기에 대응하고 신규 사업 비중을 높이면서 젊은 층을 대거 발탁한 기조가 이어질지가 롯데그룹 인사의 관전 포인트다.

한편 매년 주총을 앞두고 2월께 인사를 하는 포스코의 경우 올해 새 등기임원을 선임하면서 '책임경영'을 명분으로 신임 사내이사의 임기를 1년으로 정했기 때문에 업적 평가 결과에 따라 인사 폭이 좌우될 전망이다.

올해 2월 선임된 사내 이사 가운데 정준양 회장을 제외한 이동희 사장, 허남석 부사장, 정길수 부사장 등은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