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밤 9시를 넘긴 경기도 남양주에서 베개 침대커버 등 침구류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님프만(대표 서문환 · 52) 공장.한밤중인데도 천을 자르고 꿰매는 박음질 소리로 공장 내부는 요란했다. 야간 작업을 하지 않고는 주문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다. 올해 매출액도 지난해보다 약 20% 늘어난 120억원 이상으로 잡았다. 1965년 설립된 님프만은 세트당 80만~90만원의 고급제품을 생산,내수시장은 물론 미국과 캐나다에도 수출하고 있다. 국내 침구류 업계는 국산제품의 4분의 1 가격에 불과한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세로 몇년째 연평균 매출액이 10%씩 떨어질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국내 침구업계의 이런 상황과 다른 분위기다.

서 대표는 "4개월째 야근에 휴일근무까지 하고 있다"며 "회사의 주인이 된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바뀌면서 실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 38명은 지난 2월 창업주 김관두 회장(75)이 소유하고 있던 지분 48%(약 5만8000주)를 무상으로 받았다. 1인당 1000주에서 5000주까지 받아 회사의 주인이 된 것.이후 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서 대표는 "직원들이 주주가 된 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마음가짐"이라며 "'내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두 시간 먼저 출근하고 퇴근도 늦게 하는 것은 물론 주말에도 자발적으로 나와 일을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제조과정에서도 품질에 특히 신경을 쓰면서 불량품이 나오지 않는 데다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가 침체를 겪고 있는 데도 이 회사는 품질 향상과 직원들의 영업열정으로 매출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회사의 변화는 창업주 김관두 회장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김 회장은 2003년 당시 전무였던 서문환 대표에게 회사 주식의 52%를 평가액의 40% 수준에 넘기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1983년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한 서 대표는 김 회장과는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남'이다. 김 회장은 건강이 나빠지자 회사경영을 이을 방법을 찾다 평소 성실하고 능력 있는 인재로 눈여겨 봤던 서 대표를 경영후계자로 낙점한 것.김 회장은 장성한 자식을 두고 있었지만 "누구든 상관없이 능력 있는 사람이 경영을 맡아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20여년을 함께해 온 서 대표에게 경영을 맡겼다.

게다가 창립 44주년을 맞은 지난 2월 김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주식 48% 모두를 직원에게 무상으로 나눠줬다. 평가액으로는 12억원어치다. 어찌 보면 적은 액수일지 모르지만 평생 일군 기업을 선뜻 직원들에게 내놓은 것.김 회장은 현재 인천시 강화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서 대표는 "모든 직원들이 극구 만류했지만 회장님은 이 회사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힘으로 키운 것이니 되돌려 주는 게 맞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며 "오히려 줄 수 있는 게 너무 적어 미안하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서 대표의 생각도 창업주의 뜻에 따라 훗날 능력 있는 직원에게 회사를 넘겨줄 방침이다. 서 대표는 "경영에서 손을 놓는 날까지 회사의 성장과 더불어 능력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직원이 주인인 님프만의 전통을 100년 이상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