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운시장 불황의 장기화로 우리나라 조선사들에 발주한 선박이 많은 일부 해운사가 자금난에 빠지면 국내 조선.해운업계, 금융업계가 연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8일 국내 조선사들에 발주한 선박이 10척 이상인 국내외 49개 해운업체의 현황을 분석해 이 같이 밝혔다.

산은에 따르면 발주 물량 기준으로 상위 25개 해운사가 국내에 발주한 선박은 총 570척으로, 분석 대상 전체 해운사가 발주한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 물량이 일부 해운사에 몰려있다는 뜻이다.

또 발주된 선박의 절반 이상이 2010년까지 인도될 예정이어서 일부 해운사는 선박대금 지급에 대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최근 자금난이 가시화하고 있는 프랑스의 CMA-CGM과 대만의 TMT, 독일의 클라우스 페터 오펜, 하팍로이드 등의 업체들도 상위 25개 해운사에 포함돼 있다.

산은은 "불황 장기화로 발주 물량이 많은 선사가 수익성 악화로 부실화하면 국내 조선업계와 해운업계, 금융업계 등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며 "발주 잔량이 과도하게 많은 해운사에 대해서는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은경제연구소 임재묵 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업계는 주요 발주 해운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계약조건을 면밀히 점검해 해운사의 부실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해운업계 불황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장기적인 안목의 자금운용 전략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