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1900년대초 JP모건의 창립자인 존 피어폰트 모건은 대출해준 철도회사가 파산하자 아예 해당 기업을 인수해 재건에 나섰다.이같은 기업 구조조정은 ‘모건화(Morganization)’라고 불렸다.100년이 지난 지금 ‘모건화’는 다시 현재 진행형이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한 10여개의 기업들이 이미 채권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수중으로 넘어갔다.신문·잡지 출판회사인 저널레지스터를 비롯해 헬스클럽인 발리 토탈피트니스,침대 매트리스회사인 슬립이노베이션 등이 그들이다.저널레지스터의 경우 7억달러의 채무를 변제받고 신규로 2억2500만달러를 지원받는 대신 구조조정을 마친 회사의 지분 거의 전부를 JP모건에 넘겼다.

21세기의 ‘모건화’가 20세기 ‘모건화’와 다른 점도 있다.우선 미디어와 자동차 등 지분을 인수한 기업들의 업종이 다양해졌다.또 100년전처럼 막강한 경영권을 행사하기가 여의치 않아졌다.대부분의 은행이 기업에 돈을 빌려줄때 다른 금융사들과 신디케이트를 구성해 들어가기 때문이다.JP모건체이스가 채무 재조정을 통해 보유하게 된 기업의 지분은 대개 5~10% 수준이다.물론 저널레지스터와 발리 토탈피트니스(보유지분 45%),출판사인 소스인터링크(18%)처럼 예외가 있긴 하다.

‘모건화’는 JP모건체이스뿐 아니라 다른 은행에서도 진행중이다.도이체방크가 주도한 컨소시엄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헤이즈레머즈 인터내셔널에 1억달러를 빌려줬으나 이 회사가 파산하자 회생절차를 밟아 탄생하는 ‘뉴기업’의 지분 84.5%를 받기로 했다.이 컨소시엄엔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크레디트스위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WSJ은 이같은 ‘모건화’가 은행들 입장에선 결코 달가운 선택이 아니라고 지적했다.은행이 사모펀드처럼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 되팔아 돈을 버는 전문성을 갖춘 것도 아니고,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이라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다른 고객사들이 은행이 지분보유 기업을 특별 대우할 것이란 ‘입견을 갖게 되는 것도 부담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