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월 1700선을 회복했던 코스피지수는 기업들의 이익개선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로 변동성 높은 움직임을 보이며 1500대로 떨어졌다. 채권시장도 지난 10월 한 달간 급등과 급락세를 반복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엇갈리고 있지만 대외환경도 아직은 불안하다. 금융시장이 이처럼 혼란스러울 때 주목받는 것이 바로 '금테크'다. 금투자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골드뱅킹,금펀드,금ETF 등 잘 찾아보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관련 금융상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각광받는 금투자

금은 대표적인 안전 자산이다. 보통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금 가격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또 미국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거나,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질 때도 금 가격은 뛰게 마련이다.

금 가격은 2000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올해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금 가격이 뛰었다. 올해 초 온스당 약 869달러였던 국제 금 가격은 지난 2일 현재 1052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금값 상승의 주된 원인은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 약세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달러화가 내년까지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 값 상승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품투자의 대가 짐로저스는 심지어 "금 값이 상승세를 지속해 온스당 최고 20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달러 약세에다 금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금ETF 첫 상장

가장 손쉬운 금테크는 금을 직접 사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서 금을 사야 할지,그리고 어디에 보관할지 등을 생각하면 번거로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개인이 금에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투자자들을 위해 금융투자회사들은 금과 관련된 각종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금펀드가 대표적이다. 금펀드는 투자대상에 따라 '파생형'과 '주식형' 두 가지로 나뉜다. 파생형 금펀드는 국제 금가격에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ETF(상장지수펀드)나 금 관련 지수에 투자해 국제 금값 상승에 따른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가입 해지 등은 일반 펀드와 똑같다. '미래에셋맵스인덱스로골드특별자산투자신탁','PCA골드리치특별자산투자신탁' 등이 이런 상품에 해당한다.

주식형 금펀드는 금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때문에 이 상품은 국제 금가격이 상승해도 주식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대상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 펀드수익률이 낮아질 수도 있다. '블랙록월드골드증권투자신탁'이 대표적인 주식형 금 펀드다.

이달 초에는 금ETF가 처음으로 국내시장에 출시, 상장돼 주목받고 있다.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이 지난 5일 상장한 '하이셰어골드ETF'가 주인공이다. 국제 금 가격의 기준이 되는 런던금시장협회가 매일 고시하는 금 가격을 추적대상으로 삼은 ETF다. 삼성투신운용도 조만간 금ETF를 상장할 계획이다.

이 밖에 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도 금테크 상품이다. 국제금가격이 최초 기준 가격과 비교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그에 비례해 수익을 얻고,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원금 또는 미리 정해진 일정 수익률을 보장받는 상품이다. 금 관련 DLS는수시로 나오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투자자를 모집할 때를 기다렸다가 가입하면 된다.



◆골드뱅킹 · 지수연동예금도 인기

은행권에서도 금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골드뱅킹은 매월 일정 금액의 돈을 은행 계좌에 넣으면 은행이 국제 시세에 맞춰 금을 사들이고 이를 고객통장에 넣는 상품이다. 골드뱅킹은 비과세 대상일 뿐 아니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돼 '세테크' 효과가 있는 게 장점이다. 소액 적립도 가능하지만 금값 상승에 따른 수익 외에는 별도의 이자가 붙지 않고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란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금 적립',기업은행의 '윈 클래스 골드뱅킹'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연동예금(ELD)도 있다. 이 상품은 모집기간에 은행에 가입하면 만기 시에 최초 기준가격 대비 금가격 상승률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원금보장이 된다는 점에서 골드뱅킹과 차이가 난다. 신한은행의 '세이프지수 변동성예금 골드',기업은행의 '더블찬스 정기예금(ELD)'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김진호 미래에셋증권 상품기획팀 연구원은 "금 관련 상품들은 금 값이 뛰어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고 원금보장 여부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꼼꼼하게 확인해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