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가 독일의 분노를 깔아뭉갰다"(독일 주간 슈피겔),"GM의 예상 밖 결정에 푸틴 총리가 충격을 받았다"(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

미국 GM이 유럽 자회사인 오펠 · 복스홀 브랜드 매각을 전격 철회한 데 대해 독일과 러시아 정부가 격분하고 있다. 양국 정부 최고 관계자들이 총동원돼 "GM의 정책적 유턴은 오펠의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었다"며 직설적으로 GM을 비판한 가운데 오펠 노조는 GM에 경고성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GM의 오펠 매각 철회 후폭풍이 자칫 외교 갈등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GM 지원 중단해야"…격분한 독일

GM 이사회가 캐나다 자동차부품회사 마그나와 러시아 국영은행 스베르방크 컨소시엄에 오펠 지분 55%를 매각하려던 계획을 전면 취소한 데 대한 독일과 러시아의 반응은 한마디로'격노'에 가까웠다. 특히 실업을 줄이기 위해 오펠을 서둘러 마그나 컨소시엄에 팔려 했던 독일은 큰 충격을 받았다. 라이너 브뤼더레 독일 경제장관은 "GM의 결정은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펠의 주력 보쿰공장이 있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위르겐 뤼트거스 주지사는"미국식 자본주의의 추악한 얼굴이 드러났다"며 격분했다. 헤센주 롤란트 코흐 주지사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거들었다.

독일 언론들은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며 GM의 결정에 날을 세웠다. 경제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GM이 독일 내 오펠 공장과 직원들을 볼모로 삼아 독일에 '콜레라(자금지원)'냐 '페스트(파산)'냐의 양자택일을 강요했다"며 "더 이상 GM에 지원을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오펠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GM발 어뢰로 침몰했다"며 "GM의 결정으로 독일 내 1만명의 일자리가 위험해졌고,여러 공장이 문닫을 처지에 처했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6개월 이상 추진한 투자자 물색 작업을 갑자기 중단한 GM 이사회의 결정은 유감"이라며 앞서 GM에 제공한 15억유로 규모의 브리지론을 상환하도록 요구했다. 실업 증가를 우려한 메르켈 총리는 지난 5월부터 공개적으로 마그나-스베르방크 컨소시엄의 인수를 지지하며 총 45억유로의 보조금 지급을 약속했고 이 가운데 이미15억유로가 브리지론 형태로 지원됐다. 오펠 노조도 GM의 구조조정안에 반발,5일부터 경고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러시아도 불쾌감

오펠을 인수해 자동차 산업을 키우려던 러시아 역시 이번 GM 이사회의 결정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타르타스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총리실 대변인은 "GM의 결정에 놀랐다"며 "마그나 컨소시엄도 GM 이사회의 결정에 대한 상세한 법적 검토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예프게니 표도로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경제 · 통상분과 위원장은 "미국이 경제위기 이후 개혁의 일환으로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면서도 "이번 결정이 러시아에 대한 혐오감에 따른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는 뼈있는 말을 덧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한편 존 스미스 GM 부사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펠 구조조정은 당초 마그나 측이 제출했던 구조조정안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감원과 관련해 유럽 각국과 원만히 합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또 다른 계획'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GM 측이 말한 '다른 계획'에는 오펠의 파산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