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마니아 A씨는 여행을 떠날 때 전자책(e북) 단말기를 먼저 챙긴다. 기차에서 읽을 몇 권의 책과 여행 안내서를 인터넷에서 내려받는다. 책을 읽다 궁금한 게 생기면 인터넷에 들어가 바로 검색도 할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다 복잡한 철학용어가 나올 때마다 네이버 사전에 접속해 의미를 확인한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책을 e북으로 읽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독서'시대가 열린다.

◆전자책 사업 '합종연횡' 확산

LG텔레콤과 인터파크는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위해 4일 손을 잡았다. 내년 2월 인터파크가 내놓을 e북 단말기에 LG텔레콤의 통신모뎀을 탑재,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책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교보문고도 빠르면 연말께 KT의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내려받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아이리버 등이 내놓은 기존 e북 단말기는 통신 기능이 없어 PC에서 콘텐츠를 먼저 내려받은 뒤 e북으로 옮겨야 했다.

하지만 e북 단말기에 통신 기능이 결합됨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콘텐츠를 내려받고 궁금한 것은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됐다. e북사업을 주도하는 곳은 책 유통을 담당해온 서점들이다. 교보문고는 최근 삼성전자,아이리버와 손잡고 전용 단말기를 이용한 e북 서비스를 시작했다.

예스24,알라딘,영풍문고 등의 인터넷서점들과 민음사,웅진 등의 출판사들도 e북 사업을 위해 힘을 모았다. 지난달 한국이퍼브라는 법인을 공동 설립한 데 이어 내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영사,뜨인돌,해냄 등 50여개 중견 출판사들도 최근 e북 콘텐츠를 공동 관리할 법인으로 한국출판콘텐츠를 발족시켰다.

◆이동통신 새 시장으로 급부상

단말기와 콘텐츠 중심의 합종연횡 움직임은 이동통신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e북 단말기에 통신모뎀을 넣어 외부에서도 언제든 책을 내려받도록 편의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통신 기능을 내장한 단말기도 곧 등장한다. 삼성전자와 아이리버는 연말께 e북 단말기에 통신 기능을 넣은 '파피루스''스토리' 후속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인터파크도 내년 2월 LG텔레콤의 이동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는 자체 브랜드 단말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북큐브네트웍스,코원시스템 등도 e북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마존 킨들처럼 통신 기능까지 내장한 전용 단말기가 나오면 국내 전자책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 확보가 관건

교보문고는 2012년 국내 전자책 시장이 단말기와 콘텐츠를 합쳐 2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잇다. 인터파크는 2013년 국내 e북 단말기 시장이 100만대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베스트셀러나 신간 대다수를 e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갖고 있는 출판사들은 e북 사업을 아직은 주저하고 있다.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전자책의 가격이 종이책보다 저렴해 도리어 매출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베스트셀러와 신간을 e북으로 발간키로 하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이유다.

전자책 업계 관계자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수익배분 등에서 출판사들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던 아마존과 달리 아직 국내에서는 출판사들의 e북 참여를 이끌어낼 동력이 부족하다"며 "사용자들이 언제든 원하는 서비스를 받는 시대가 열리려면 e북 콘텐츠를 확대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