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미국 경제의 앞날에 자신의 투자인생 모든 것을 건다며 미 2위의 대형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샌타페이(BNSF) 인수에 3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거액을 쏟아붓기로 했다.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3일 BNSF의 지분 77.4%를 260억달러(약 30조7500억원)에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100억달러에 달하는 BNSF 부채와 인수 작업에 드는 비용까지 다 합치면 총 440억달러의 거액이 투입된다. 이번 투자는 재보험사 제너럴리를 비롯한 76개의 자회사를 인수해온 벅셔해서웨이의 투자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버핏이 인수한 기업 가운데 투자 규모 상위 5개를 모두 더해도 425억달러 정도다. BNSF 인수 작업은 벅셔 이사회 회의와 정부의 반독점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분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며 자회사로 편입되면 벅셔 자회사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텍사스 포트워스에 본사를 둔 BNSF는 지난해 180억달러 매출에 33억7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아시아에서 수출된 화물이 미국에 도착해 내륙 곳곳으로 운반되는 과정에서 BNSF가 핵심 역할을 맡고 있으며,농산물과 석탄물 수송시장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벅셔의 BNSF 소식이 나오자 현재 'Baa1'인 BNSF 회사채 신용등급의 상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버핏은 성명을 통해 "BNSF 인수는 철도산업에 대한 엄청난 도박"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투자가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올인'이라는 점이고 난 이런 내기를 사랑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은 계속 성장할 것이고 10년,20년,30년 뒤에는 더많은 사람과 물자가 이동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투자는 기본적으로 '미국'에 돈을 거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버핏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이번 인수 협의는 내가 일주일 전 BNSF의 매튜 로즈 최고경영자(CEO)에게 제안을 한 뒤 15분 만에 이뤄졌다"며 "당분간은 대규모 인수 등에 나서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BNSF 인수 후에도 벅셔의 보유 현금이 200억달러가 넘는다"며 대형 인수 · 합병(M&A)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버핏은 2년 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벅셔의 보유 현금으로 최고의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쥐'가 아니라 '코끼리'를 잡아야 한다"며 "찰스 멍거 부회장과 나는 더욱 큰 규모의 인수 게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2007년부터 BNSF 주식을 사들여온 벅셔해서웨이는 이미 BNSF의 지분 22.6%를 보유하고 있으며,이번 협상을 통해 나머지 지분 77.4%를 주당 100달러에 인수하게 된다. 또 BNSF의 부채 100억달러도 함께 떠안는다. 인수대금 중 160억달러는 보유 현금으로 충당하며,나머지는 펀드 모집과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은 BNSF 소액 주주들이 벅셔와의 주식 교환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벅셔 B주(A주 가치의 30분의 1)를 50 대 1의 비율로 액면 분할키로 했다.

인수 소식이 전해진 후 뉴욕증시에서 BNSF 주가는 28% 폭등한 97.68달러로 치솟았다. 유니언 퍼시픽과 노포크 서던 등 다른 교통 · 운수 기업들도 테마를 형성하며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벅셔는 유니언 퍼시픽 지분 1.9%와 노포크 서던 지분 0.5%도 갖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