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북미 빌트인 가전부문 선두업체 중 한 곳과 손잡고 글로벌 빌트인 가전 시장에 진출한다. 양사가 공동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프리미엄급 빌트인 가전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3일 "미국 빌트인 가전업체 한 곳과 브랜드 및 판매선 공유 등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곧 체결한다"며 "단시간에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LG 기술과 글로벌 브랜드 결합

이번 협업은 LG전자 첨단 기술과 미국 빌트인 기업 브랜드의 결합으로 요약된다. LG전자는 이번 제휴로 북미 빌트인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거래선을 확보하는 것은 '덤'이다. 현지 업체도 LG 제품을 활용,빌트인 가전의 구색을 다양화하고 북미에 국한돼 있던 시장을 전 세계로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에어컨,세탁기 등 단품 시장에서는 글로벌 '빅3'로 꼽히지만 빌트인 가전 부문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 매장을 갖추고 빌트인 가전 사업을 벌이고 있는 시장은 한국뿐이다. 회사 관계자는 "단품과 빌트인 가전은 시장 자체가 다르다"며 "LG전자의 브랜드로 빌트인 시장을 개척하는데 한계를 느껴 선두 업체와 공동 브랜드를 만드는 전략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LG전자가 자주 쓰는 전략이다. 일본 시장에 디지털 액자를 판매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후지필름 이미징과 손잡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LG전자는 후지필름 이미징이 갖고 있는 일본 전역 3000여개 유통망을 활용,단시일 내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LG전자 미래 먹을거리는 '빌트인'

LG전자가 빌트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단품 위주였던 가전제품 시장이 빌트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서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 시장일수록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빌트인 가전 시장 규모를 400억달러 내외로 추정하고 있으며 수년 내 500억달러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빌트인 가전은 대량 고급 주택을 중심으로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품을 판매할 때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에어컨,홈네트워크,빌딩관리 솔루션 등 기존 사업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빌트인 가전과 패키지로 묶으면 부가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LG 계열사인 LG하우시스의 인테리어 소품 사업과도 연계가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통일성 있는 인테리어와 안정적인 성능을 위해 가전제품과 네트워크 솔루션,인테리어 소품 등을 한 업체에 주문하는 건설회사가 늘고 있다"며 "빌트인 가전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경우 건설사를 상대로 한 B2B(기업간 거래) 사업이 한층 활기를 띌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