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관련 국가전염병 재난단계가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되는 가운데 은행과 보험사 등 고객 접촉이 많은 금융회사도 비상이 걸렸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종플루 발병환자가 하루 9천여명에 이르는 대유행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금융회사들은 신종플루 예방에 힘쓰는 한편, 신종플루 의심 환자가 발병할 경우 재택근무, 유급 휴가 등을 통해 격리조치 하고 있다.

◇하루 10여명씩 발병..쉬쉬하는 분위기


은행, 보험 등 금융권에서도 하루 1~2명 수준이던 신종플루 감염자가 지난달 말 이후로는 하루 10명에 근접할 정도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져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2명씩, 농협중앙회는 4∼5명의 확진환자가 있다고 밝혔고 보험권에서는 삼성생명이 11명 발병했다가 10명이 완치됐고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4명 발병했지만 모두 나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영업점이나 본점에서 대규모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해서 금융시스템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지 여부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회사들이 이미지 관리를 위해 발병환자 규모를 밝히길 꺼리며 쉬쉬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직원 수가 2만6천명에 달하는 국민은행은 확인된 확진환자가 없다는 입장이고 하나은행도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도 현대해상과 흥국화재, AIA생명, 푸르덴셜생명 등은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고 동부화재는 집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보험사 중 한 곳은 한 개 부서 직원 120명 중 17명이 집단 감염되기도 했지만, 회사들은 모두 부인 일색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지난 9월 말 신한은행 한 지점에서 직원 6명이 신종플루 확진 환자로 판명됐고, 시중은행 4개가 입점해있는 인천공항은 전체 공항 근무자 중 40명이 확진자였던 점을 고려하면 지금 시점에 은행별 확진 환자수가 2~5명뿐이라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회사들이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다"며 "금융업계 내 신종플루 감염자규모를 매일 파악하고는 있지만 정확한 숫자로 보기 어려워 외부에 발표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우선 예방...환자 나오면 격리

각 회사들은 사무실에 손 소독기와 체온계, 열 감지기 등을 비치해두고 손 씻기를 권장하는 한편 증세를 보이는 직원을 찾아내 격리조치하는 등의 노력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소독기와 마스크를 비치하고 수백명 이상 근무하는 콜센터 등에는 열감지기 카메라도 설치했으며 감염위험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점포는 잠정 폐쇄하는 등의 단계별 대응체계를 마련해놨다.

우리은행은 본점에 열 감지기를 설치해 고열이 있는 직원이 발견되면 즉시 격리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가족 중 신종플루 환자가 있는 직원까지 포함해 20~30명에 대해 휴가를 보내둔 상태다.

농협은 재난단계가 '심각'이 되면 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면서 고객 체온 측정과 교육 일정 조정, 각종 모임 자제와 출퇴근 시간 조정, 감염직원 다수 점포 폐쇄 등의 대책을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의심 환자가 나오면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확진 판정이 나오면 사무실 소독을 하거나 부서원 검진을 실시한다.

대한생명도 확진 판정을 받으면 7일간 유급휴가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유행에 대비해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하이카다이렉트는 가족 중에 환자가 있는 직원도 별도 사무실을 이용하도록 해서 격리시키고 있으며, 알리안츠생명은 현황을 매일 파악하면서 확진환자와 접촉한 직원과 설계사는 하루에 두 차례 이상 체온을 측정하는 한편 의심환자는 2일, 확진환자는 5일간 병가를 주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회사 당 직원과 설계사 숫자가 많게는 수만 명에 달하는데다가, 이들이 창구에서 고객을 맞거나 아니면 고객을 찾아다닌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기관의 신종플루 전파력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최현석 기자 merciel@yna.co.kr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