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엔 환율과 대출 금리 상승으로 엔화표시 외화자금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3년 만에 4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엔화대출자들의모임(엔대모)이 회원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50명이 2006년 예금은행에서 총 2천187억 원을 대출받을 당시 적용됐던 금리는 평균 연 2.51%였지만 최근에는 평균 연 6.51%로 2.6배 올랐다.

여기에 원ㆍ엔 환율 상승분을 감안하면 연간 이자 부담은 이 기간 55억 원에서 234억 원으로 4.3배까지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05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환율이 100엔당 700~800원대의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저환율과 저금리에 매력을 느낀 엔화 대출자가 급증했는데, 금융위기로 환율이 한때 1,500원 안팎으로 치솟은 뒤 지난 4월 이후에는 1,30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들은 환차손을 감수하더라도 불합리한 가산금리 적용으로 대출 금리가 올라 144억 원의 추가 부담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상돈(자유선진당) 의원은 "엔화 대출에 사용된 자금의 조달 금리와 대출 금리의 결정 구조를 공개해야 한다"며 "은행들이 엔화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불완전 판매를 했다는 의혹도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엔화 대출과 관련한 민원 제기가 잇따르자 오는 6일 엔대모 대표자들을 만나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고 구제 방안이 있는지 검토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엔화 대출자들에게 적용하는 가산금리, 환율 상승으로 원화 대출금의 담보 가치가 낮아진 데 따른 추가적인 담보 요구 등이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최소한의 스프레드(조달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와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가 오르내리기 때문에 은행이 부당하게 금리를 조정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연장 시점의 원ㆍ엔 환율이 높으면 이후 환율이 떨어져도 높은 대출 금리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며 불완전 판매 의혹과 관련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