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이상을 끌어온 금호생명 매각이 2일 성사 단계로 접어들었다. 금호생명은 새 주인인 칸서스자산운용에서 대규모 증자를 받아 지급여력 비율을 높이는 등 안정적 영업이 가능해진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14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해 대우건설 풋백옵션으로 인한 손실을 일부 메울 수 있을 전망이다.

◆칸서스자산운용,금호생명 52% 확보

금호생명 상장을 추진해온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7월께 증시 상황이 악화하자 매각으로 방향을 돌렸다. 올초 2400억원에 분리 매각한 금호생명 광화문 사옥을 포함해 1조원가량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금융위기가 본격화하자 회사 가치가 폭락하고 협상 대상자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게다가 금호생명이 예상치 못한 해외 투자 손실을 보면서 지난해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결국 칸서스투자운용의 사모펀드(PEF)만이 유일한 후보로 남았고 1년여의 지루한 협상을 거쳐 2일 본계약을 맺었다.

칸서스는 4000억원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700억원으로 금호그룹이 가진 금호생명 지분 61.66% 중 금호산업(11.93%) 및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1.36%) 지분 13.29%(주당 7000원가량)만 인수한다. 그리고 금호생명의 유상증자에 2600억원을 투자한다. 증자가 끝나고 나면 칸서스는 지분 52% 안팎을 가진 지배주주가 된다. 이와 함께 700억원을 들여 금호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금호생명의 후순위채를 차환 발행한다.

금호그룹은 금호석유화학(27.69%) 등이 보유한 48.37%는 팔지 못한다. 금호생명의 유상증자가 끝나면 지분율은 20% 중반으로 떨어진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칸서스가 자금 여력이 안돼 일단 유동성이 시급한 금호산업 보유 지분만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금호그룹,한숨 덜었다

금호생명의 지급여력 비율은 지난 6월 말 현재 105.9%로 금융감독원의 감독 권고 기준인 150%에 못 미쳤다. 지급여력이 떨어지자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판매를 중단하는 등 영업도 어려워졌다.

칸서스가 2600억원의 새 자본금을 투입하면 지급여력 비율은 200% 근처로 개선돼 안정적 성장이 가능해진다. 칸서스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연말께 진행할 예정"이라며 "금호생명을 경쟁력 있는 건전한 생명보험 업체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칸서스 측은 국민연금 국민은행 등에서 조만간 투자를 받아 PEF를 만들 계획이다.

금호그룹은 구주 매각과 (금호생명의) 후순위채 상환 등을 통해 약 1400억원을 확보한다. 당초 예상한 3000억~4000억원을 밑도는 액수지만 매각이 안 됐을 경우 최소 2000억원을 투입해야 했던 증자 부담을 던 것만 해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금호그룹은 현재 대우건설 풋백옵션(투자자가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초 강남고속터미널 매각(2705억원)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대우건설,금호렌터카 및 베트남 금호아시아나 플라자(1500억원가량)의 일부 지분에 대한 매각도 추진 중이다. 민유성 산업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우려와 관련,"돌발 변수가 없는 한 대우건설 매각을 포함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따른 자구계획을 확실하게 이행할 것"이라며 "금호 각 계열사도 재무 건전성이 크게 개선된 모습으로 내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장창민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