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삼성에 패한 근본적 이유는 상품력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지난달 30일 오후 일본 도쿄의 소니 본사에서 열린 3분기(7~9월) 실적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오네다 노부유키 부사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비슷한 시간 파나소닉의 오쓰보 후미오 사장도 오사카 본사에서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삼성과) 글로벌 경쟁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것이 성장력의 차이로 나타났다"며 삼성과의 격차를 자인했다.

일본 전자업계가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완패했다는 충격에 빠져 있다. 지난 3분기 중 삼성과 LG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배씩 증가한 데 비해 일본 기업들은 겨우 적자를 탈피한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약 3260억엔(4조2300억원)에 달해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제작소 등 일본 주요 9개 전자회사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계치(1519억엔)보다 두 배를 넘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전자업계가 삼성전자에 뒤진 원인을 분석하는 데 분주하다. 대표적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내로라하는 일본의 전자업체를 총동원해도 삼성전자의 실적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기술력이 아닌 경영능력의 격차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경쟁력 우위 요인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불황 때 과감히 투자에 나선 것.닛케이는 "일본 전자업체들은 경기침체기에 투자를 줄이기에 급급했지만 삼성은 오히려 거액이 소요되는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경기회복기에 대비했다"고 보도했다. 설비가격이 싸지는 경기 침체기를 투자 확대기회로 적극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둘째 오너의 리더십이다.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건희 전 회장이란 존재가 있었다는 것.일본 전자업체의 '월급쟁이' 사장들이 몸을 사릴 때 삼성은 이 전 회장의 결단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 오늘의 고수익 구조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셋째 글로벌 경영에 대한 열정이다. 삼성전자는 좁은 국내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상품의 타깃을 글로벌시장으로 설정했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내수시장에 안주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휴대폰이나 LCD TV 등에서 삼성이 세계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여가는 데는 '글로벌화'라는 유전자가 조직 내에 배어 있기 때문이란 얘기다. 일본 전자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은 창업 직후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한다"며 "삼성전자에도 똑같은 문화가 있다"고 부러워했다.

닛케이는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성공으로부터 배워야 할 두 가지로 경기하강기에도 투자를 할 수 있는 견고한 재무기반과 글로벌화를 꼽았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