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전문 대출 전문은행인 미국 CIT그룹이 조만간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총 75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가진 미 20위권 은행인 CIT그룹이 파산을 신청하면 리먼 브러더스,워싱턴 뮤추얼,월드컴,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미 역사상 자산 기준으로 다섯 번째로 큰 파산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WSJ는 채무 재조정안 동의와 상관없이 CIT그룹이 1일(현지시간)께 뉴욕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억만장자 투자자로 CIT에 투자한 칼 아이칸도 합의 파산에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미 정부가 CIT그룹을 구제하기 위해 지출한 23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이 날아가버릴 위기에 처했다.

1908년 설립된 CIT그룹은 그동안 대형 금융사들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대표적인 돈줄 역할을 맡아 왔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100만달러 이하의 소규모 대출이 주력 사업이며,현재 95만여개에 달하는 중소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CIT의 파산이 자금조달이 힘든 수만 개의 중소기업들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WSJ)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CIT는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 1분기까지 8분기 동안 총 3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CIT는 대출자금을 예금이 아닌 기업어음이나 회사채 등으로 대부분 조달해왔으며,2007년 하반기부터 신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CIT그룹의 최고경영자인 제프리 피크는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올해 말 사임하기로 결정했다.

CIT 파산이 중소은행의 파산도미노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CIT가 다른 중소 은행들에도 지급 보증을 서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방의 중소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여파로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 주말 애리조나주의 뱅크USA와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이고내셔널뱅크 등 지방은행 9곳을 폐쇄했다. 하루에 이처럼 많은 지방은행이 문을 닫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로써 올 들어 파산한 미국 은행은 모두 115개로 늘었다.

3조10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연체율이 8%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다. 9월 말 기준 빌딩 공실률은 15.2%로 치솟았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007년 1월 최고 수준 대비 29% 하락했다. 월가의 유명 투자자인 윌버 로스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조만간 대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자의 귀재인 조지 소로스는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과 차입매수(LBO) 시장 손실로 내년이나 2011년께 또 다른 경기침체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이미아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