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듣기에 매우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균형'의 본질은 아이러니하게도 '불안정'입니다. 동태적으로 움직이는 여러 요인들 속에서 중심을 계속 잡아 나가야 하니 그 움직임은 매우 분주하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때는 과도하게,어떤 때는 너무 조심스럽게 균형점을 찾아갑니다. 순간적으로 균형점을 포착하기도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균형점에 머물러 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여러 요인들로 인해 균형점 자체가 변하므로 균형에서 벗어났는지,아니면 미달했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을 지배했던 낙관론이 물러가고 있습니다. 가파르게 올랐던 주가가 최근 많이 떨어졌고 부동산 시장도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위축되고 있습니다. 한 단계 올라갔던 증시와 부동산시장의 균형점이 다시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더블 딥(일시적인 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하는 현상)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이 모든 움직임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입니다. 활기찬 회복세에 엔도르핀이 돌기도 하고,하락세에 실망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점점 나아질 것입니다.

예컨대 담배를 끊으면 몸이 굉장히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한동안 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평상의 느낌으로 되돌아오고,금연 직후에 느꼈던 색다름과 상쾌함도 사라집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금연으로 몸이 굉장히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다가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몸이 정상 상태로 계속 회복하고 있는데도 사람의 감정은 약간 흥분되고 기분이 좋아졌다가 다시 가라앉는 기복을 겪습니다.

요즘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은 최악의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흥분감이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감정 변화가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분위기에 휩쓸리면 균형점에서 더욱 벗어나고 기저에 흐르는 경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과는 다르겠지만 세계 경제는 건강한 모습을 되찾는 쪽으로 계속 다가가고 있습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