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증권거래소에서 중국판 나스닥인 창업판(차스닥) 거래가 시작된 30일 베이징 3환로 근처 광다증권 객장.시세조회 단말기를 두드리던 천메이링씨(41)는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창업판 종목을 사자니 너무 비싼 것 같고 외면하자니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서다. "상장 초기 며칠간은 주가가 뛰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라 사도 괜찮을 것 같은데 변동성이 너무 커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창업판은 거래 첫날부터 예상대로 폭등했다. 상장된 28개 전 종목이 평균 106.1% 상승했다. 바이오업체인 안과의 경우 거래 시작 10분이 채 안 돼 거래가 중지됐다. 시초가가 발행가(주당 17위안)보다 117% 높은 주당 37위안으로 결정됐지만 계속 급등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시초가 대비 20% 이상 오르면 30분간 거래를 중단하고 50% 이상 오르면 두 번째 거래금지를 실시하되 80% 이상 오르면 장마감 3분 전인 오후 2시57분까지 거래를 못하도록 한 규정에 걸린 첫 케이스다.

이날 오전장에만 모든 종목이 급등으로 일시 거래중지를 당했다. 운송업체인 신우물류와 수자원업체인 다우는 오전에만 두 번 거래가 중단됐다. 오전장에 28개 종목이 100% 이상 올랐고,200%를 넘긴 종목도 5개나 됐다.

이에 따라 당국은 "개장 직후 거래중단 종목이 발생하는 등 과열조짐이 있다"는 메시지를 기관투자가들에 보내며 창구지도에 나섰다. 오후장 들어 급등에 따른 경계감으로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시장의 불안정성은 '묻지마 투자'에 대한 우려를 높여줬다. 당국의 창구지도가 있기도 했지만 발행가 자체가 워낙 높았던 데다 시장규모 또한 작아 기관들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창업판에서 거래를 시작한 28개 종목 발행가격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는 56배.첫날 주가 급등으로 PER가 100배 이상이 된 종목도 속출했다. 전력회사인 딩한은 PER가 장중 156배로 치솟기도 했다. 대부분 종목의 시가총액은 10억위안(약 1800억원) 안팎이어서 대형 펀드가 거래하긴 몸집이 맞지 않는다. 외국 기관투자가로 창업판에 투자할 자격을 갖고 있는 QFII(적격해외기관투자가)들도 신중한 자세다. 삼성투신 홍콩법인 최승식 대표는 "주가가 높아 좀 더 신중하게 관찰한 뒤 투자종목을 선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개인 투자자 가운데서도 상당수는 주가가 너무 높고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광다증권 객장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2004년에 중소기업판이 생겼을 때 수백% 올랐다가 고꾸라지면서 큰 손실을 봤다"며 "이번 창업판도 비슷할 것 같아 쉽게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