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일어난 '지펠' 냉장고 폭발사고와 관련해 동일 모델 계열의 양문형 냉장고 21만대에 대해 리콜에 들어가기로 했으나 소비자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폭발사고 20일 만에 제품 결함을 인정하고 대규모 리콜에 나섰으나 폭발 원인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고 리콜 대상 규모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냉장고 폭발 사고를 조사한 결과 냉장고 냉매파이프의 서리를 제거하는 히터(제상히터)의 연결 단자에서 누전되면서 이에 따른 발열로 일어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5년 3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생산해 국내에서 판매한 양문형 냉장고 SRTㆍSRSㆍSRN 계열 일부 모델 21만대에 대해 내년 1월31일까지 3개월 동안 리콜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우선 리콜대상 21만대에는 안정성에 하자가 드러난 제상히터 연결 단자(절연체)가 사용됐고 이 기간 이외 생산 제품에 대한 무상 안전점검서비스 제공은 냉장고가 폭발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고객 안전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이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원인 및 사후조치와 무관하게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고 발생 뒤 업체 측은 사고가 난 동일 모델 계열의 제품을 보유한 소비자들 안전이 걸려 있는데도 조사사항에 대해 소비자를 안심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사고 관련내용이 대외적으로 거론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결과가 나오면 알리겠다'는 식으로 대응했던 것 또한 악영향을 미쳤다고 소비자단체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동일 모델 계열의 제품을 사용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등의 신속한 대응보다 사고 무마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비자단체에서는 사고원인 조사를 제조업체가 맡는 현재의 관행이 이어지면 전문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은 제조사의 조사 결과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처럼 인명 피해나 화재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으면 경찰이나 소방당국이 원인 조사를 하지 않고 업체가 자체 조사를 맡도록 돼 있는 점도 문제라고 소비자단체는 꼬집었다.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 정영란(41) 상담팀장은 "소비자 불안감을 해소할만한 철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제조사가 사고원인 조사과정은 물론 판매과정에도 소비자나 민간단체 등의 모니터링단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처럼 사고가 일어난 후 원인 조사에 나서고 '자발적 리콜'을 하겠다며 마무리하는 '사후약방문'식 조치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고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제조사는 사고 원인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조치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앞으로 소비자단체나 민간단체에서 제조사의 사고 원인 조사과정에 참여해야한다는 식의 논의나 검토가 있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동백동의 한 아파트에서 삼성전자의 2006년형 지펠 냉장고(680ℓ)가 폭발해 냉장고 문이 날아가면서 다용도실 미닫이 유리문과 창문이 깨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용인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