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과 바로 옆 건물인 산은 캐피탈 본점에서 '같은 듯 다른' 2개의 행사가 오전과 오후에 각각 열렸다.

두 행사에는 진동수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위 주요 간부와 국회 정무위소속 의원들,주요 금융지주사 회장과 시중 은행장 등 거의 같은 외빈들이 참석했다. 제막식과 리셉션이라는 행사 형식마저 똑같았다. 다른 점은 오전에는 정운찬 총리를 비롯,정부측 인사가 눈에 많이 띄었지만 오후 행사에는 외국계 투자은행 서울 지점장이 대거 참석했다는 것이다. 오전에 열린 행사는 정책금융공사,오후에 열린 행사는 산은금융지주의 출범식이었다.

◆산은지주,10년내 세계 20위권 진입 목표

산은 지주의 경쟁상대는 민간 은행이다. 산은과 대우증권 등 기업금융부문의 강점을 활용,경쟁력있는 민간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민유성 초대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기념사에서 "산은금융그룹의 비전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상업투자은행(CIB)"이라며 "이를 위해 인수합병(M&A)를 통한 기반확장에도 가능성을 열어 둘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수신기반 확충을 위해 산은이 외환은행 인수에 뛰어들고 보험시장에도 진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업투자은행으로 변신하는 산은지주는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산은캐피탈,산은자산운용,인프라자산운용 등 5개 금융자회사간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산은과 대우증권은 기존의 종속관계에서 벗어나 예금,펀드,보험 등의 금융상품을 종합 판매하는 '산은 금융플라자'를 설립하는 등의 투자금융분야에서 협업을 강화키로 했다.

산은 지주의 비전은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의 이내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민 회장은 이를 위해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 기반을 다진 뒤 유럽과 미주시장을 공략한다는 2단계 글로벌 전략도 밝혔다.

민영화 계획도 나와 있다. 민 회장은 "정부와 협의해 2011년에 산은지주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2012년에 해외 상장을 추진하겠다"며 "국내외 상장을 통해 법에서 제시한 부분보다 민영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산은법에 따라 산은지주는 2014년 5월 이내 최초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다.

◆정책금융公,새로운 정체성 만들 것

유재한 초대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지금까지 산업은행이 해오던 저금리 자금을 인위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은 더는 유용한 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산업은행과는 새로운 정책금융의 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이 보유하던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주식 15조원어치를 받아 자산 28조원 규모로 설립됐다. 산은지주의 지분을 100% 갖고 있어 산은 민영화 이전까지는 이익배당 등을 통해 산은으로부터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어 재원조달에도 문제가 없다.

정부는 정책금융공사의 기능과 관련,사회간접시설이나 지역산업단지 등 시장기능에 의한 자금공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공공성이 큰 사업에 우선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간 금융회사가 취급하지 않는 장기 회사채 인수 등을 통해 녹색산업 등 신성장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긴급 자금지원 기능도 담당하게 된다.

금융위는 별도의 운영위원회를 통해 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기존 국책 금융기관과의 업무 중복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민간 금융회사와도 시장마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