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임금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외환은행과 씨티은행 등 일부 외국계 은행을 제외하곤 모든 국책 · 시중은행 노사가 합의안을 마련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기존 직원의 임금을 5% 반납하고 신입직원 임금을 20% 삭감하는 것으로 대부분 결론이 났다. 국책은행은 기존 직원의 임금 5%를 '삭감'하는 것으로 합의,시중은행보다 직원들에게 더 많은 희생을 하도록 했다.

올해 은행권 임금협상의 최대 피해자는 현재 한창 공채에 참여하고 있는 신입직원들이다. 입사 첫해 연봉 기준으로 800만원 가까운 돈을 삭감당했다.


◆신입행원 초봉 2000만원대 속출

국책은행의 신입행원 연봉은 대부분 3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신입행원 연봉은 각각 3600만원이던 것이 2900만원으로 내려갔고 기업은행도 2990만원으로 축소됐다.

시중은행의 경우 3000만원 선을 간신히 턱걸이 했다. 우리은행은 초임연봉이 3760만원에서 3100만원으로 조정됐고 국민은행은 4000만원에서 32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시중은행 1년차 직원의 올해 연봉이 5% 반납 후에도 4100만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선배들에 비해 1000만원 가량 적게 받는 불이익을 받게 됐다.

문제는 이 같은 불이익이 신입행원들에겐 평생 계속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기존 직원들은 5%를 '반납'하는 것이어서 올해분 임금만 깎일 뿐 내년 임금엔 영향이 없다. 올해 반납분도 임금협상이 타결된 이후부터 연말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 3~4개월치 임금에 대해서만 5%를 반납하면 그만이다. 연봉이 9000만원 수준인 20년차 행원도 올해 반납하는 금액이 200만원밖에 안된다.

반면 신입직원들은 반납이 아닌 '삭감' 형식으로 임금이 줄어들게 돼 임금표 자체가 종전보다 20%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평생 20% 하향조정된 임금표에 따라야 하는 '족쇄'를 차게 된 셈이다. 한 직장 안에 임금체계가 다른 두 개의 계급이 생기게 됐다.

◆이달부터 국책은행 임금삭감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임금반납을 시행 중이다. 국민은행이 지난달부터,하나은행이 이번 달부터 각각 5% 임금 반납에 들어갔다. 사원복지연금에 대한 은행지원금의 50%를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임금 반납을 실천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지난 4월부터 9개월치 임금에 대해 6% 반납을 하고 있다.

산업 수출입 기업 등 국책은행들은 이달부터 5% 삭감된 임금을 지급했다. 임금협상 타결 전인 지난 4월부터 5% 반납을 실천해 온 부 · 점장 이상급 간부들도 이달부터는 '삭감'으로 전환됐다.

◆외국계 은행과 희비 엇갈려

SC제일은행 직원들은 기존 직원은 물론이고 신입직원도 임금이 깎이지 않는다. 지난 4월 초 동시 타결한 2008년 및 2009년 임금협상에서 임금동결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정부가 임금삭감 및 반납을 요구하지 않던 시기여서 SC제일은행 직원들의 실망이 컸지만 이제와선 오히려 좋은 상황이 됐다. 다른 은행들이 연차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도 이 은행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또다른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과 외환은행은 아직 임금협상을 마치지 못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한미노조와 씨티노조의 통합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임금협상을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다. 외환은행은 노사간 협상이 진행 중이다.

김인식/강동균/유승호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