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지분 매각, 후년 돼야 할 듯

정부가 우리금융 소수 지분을 매각하는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우리금융 주가도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우리금융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할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보유 지분 73% 가운데 경영권과 관련없는 23%를 매각하는데도 1년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우리금융의 완전한 민영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정부 "11월 중 지분 7% 매각 완료"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고위 관계자는 27일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오는 29일 우리금융의 3분기 실적 발표 직후에 소수 지분 7% 매각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실적 발표 직후 한 달 안에 매각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공자위는 지난 16일 본회의를 열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주 지분 73% 가운데 경영권과 관련된 50%+1주를 제외한 23% 중 7%를 블록세일로 우선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정부가 소수 지분을 먼저 파는 것은 덩치(지분)가 너무 클 경우 인수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몸집을 가볍게 하려는 것이다.

블록세일은 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 놓고 특정 투자자에게 일정 지분을 묶어 일괄 매각하는 방식이다.

공자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블록세일에서 지분을 제일 많이 가져가는 투자자의 지분율은 1%도 안될 것"이라며 "개인 및 기관투자자 등에게 잘게 쪼개서 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매각주간사들은 국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수요 조사를 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제 전망이 긍정적인 데다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등도 개선 추세여서 반응이 괜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금융의 3분기 순이익은 3천5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우리금융의 상반기 전체 실적 3천854억원과 맞먹는 수치로, 3분기 중 1천400억원 규모의 전산센터 매각이익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데 따른 것이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금융의 3분기 실적을 3천800억~3천9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우리금융은 올 한해 8천억원대의 순이익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며 내년에도 이자마진 개선 등으로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리금융 주가가 1만8천원 내외면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한때 주당 4천 원대까지 주저앉았던 우리금융의 주가는 지난 26일 기준 1만6천800원을 기록, 1만7천원대 근접했다.

예보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금융에 총 12조7천663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고 이 중 3조1천470억원을 회수했다.

◇ 지배지분 매각은 내후년 돼야 할 듯
정부는 이번 7% 블록세일 이후 나머지 소수 지분은 내년에 매각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블록세일을 한번 하면 3~6개월간 기다린 다음 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이에 따라 이번에 소수 지분 7%를 나눠 팔면 내년 초에는 매각 작업이 재개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머지 16%의 소수지분을 어떻게 나눠 팔지는 1차 매각 이후 시장 상황과 투자자 반응을 보고 나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 고위 관계자도 "나머지 소수 지분 역시 쪼개 팔게 되면 매각에만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배지분 매각은 내후년에 가서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소수지분 매각 작업을 진행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를 공론화시켜 민영화 방안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예보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는 우리나라 전체 금융산업 발전 방안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큰 그림 속에서 신중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금융 지분 매각과 관련해 잡음이 나오지 않으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론 수렴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예보의 판단이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조재영 기자 indigo@yna.co.kr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