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라는 브랜드에는 그리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현대자동차가 1985년 1세대를 내놓은 이래 쏘나타는 24년간 국내 최고 인기모델의 자리를 유지해 왔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장수' 자동차 브랜드인 셈이다.

쏘나타의 6세대 모델인 '신형 쏘나타'는 2005년 'YF'라는 코드명으로 개발이 시작돼 4년간의 기간 동안 총 4500억원이 투입됐다.

지난달 17일 신차발표회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으며, 출시된 지 40여일만에 무려 8만여대가 계약되며 폭발적인 반응을 낳고 있는 쏘나타를 직접 체험해 봤다.


◆한 폭의 난(蘭)처럼…부드럽게 강하다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의 양산형 이미지를 공개하기 전, 테스트 과정에서 위장막에 가려진 채 노출된 모습을 근거로 일부 네티즌들이 추측해 그린 예상도는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기존 모델들의 보수적인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난 역동적인 외관이었기 때문이며, 드러난 모습은 이같은 예상과 어긋나지 않았다.

실제로 곡선과 직선이 곳곳에서 교차되는 쏘나타의 차체는 역동성을 넘어 다소 현란한 느낌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다. 타깃 연령층이 다소 낮아지며 '스포티함'을 강조한 것이다.

신형 쏘나타의 디자인은 '강인함을 내재한 유연함'을 상징하는 난(蘭)에서 착안됐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탑승해 보니 다소 좁은 듯 했던 앞 유리창도 시야를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을 주진 않았다.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시동버튼을 눌렀다. 시동소리는 그리 크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느낌이다.


◆시속 200km 넘겨도 힘이 넘쳐

천천히 가속페달에 힘을 가하자 생각보다 무거운 반응이 전해져 왔다.

초반 가속성능에서는 민첩함보다 안정성에 중점을 뒀다는 느낌을 받는다. 멈춘 상태에서 시속 40km 안팎까지 도달하는 데는 다소 둔중한 움직임을 보인다.

고속도로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끌어 올려봤다. 시속 80km를 넘어선 후 150km대에 이르기까지 시원하게 속도를 붙여갔다. 자동 6단변속기는 고속주행에 들어서자 더욱 재빠른 변속능력을 보여줬다.

신형 쏘나타의 계기반에 적혀있는 최고속도는 260km. 내친 김에 실제로 최고속도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페달을 힘껏 밟으며 직선대로를 달려 나갔다. 시속 200km 초반에 속도계가 머물렀을 때 엔진 회전수는 3500~4000RPM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분명히 '속도를 더 낼 수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긴 했지만,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졌기 때문에 아쉽게 속력을 줄여야 했다.

신형 쏘나타에는 기존 모델인 '쏘나타 트랜스폼'과 동일한 엔진인 2000cc급 세타II 엔진이 적용됐다. 최고출력 165마력, 최대토크 20.2kg·m의 성능을 갖춘 엔진이다.

그럼에도 신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조율된 동력계통의 개선된 성능은 확연히 느껴졌다. 여기에 쏘나타 트랜스폼(1470kg)보다 60kg 가벼워진 1410kg의 중량, 공기저항을 고려한 외관 디자인은 만족스러운 성능을 이끌어냈다.

연비도 크게 개선됐다.

공인연비는 ℓ당 12.8km(자동변속기 기준)로 기존 쏘나타에 비해 약 11.3% 개선됐으며 중형세단으로는 처음으로 2등급 연비를 확보했다.

가급적 연비에 신경 쓰며 차를 몰아보니 시내 주행에서는 ℓ당 9~10km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시내 12km와 고속도로 40여km를 달리며 전체적인 실측 연비는 ℓ당 16km에 달했다. 시속 100km대를 유지하며 주행 중 순간연비로는 최대 19.4km/ℓ를 기록하기도 했다.


◆본격 스포츠세단 표방했더라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저속 주행 중에는 미세하게나마 운전대를 통해 차체의 떨림이 전해져 왔다. 차량 밑바닥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는 거친 노면을 고속으로 지날 때의 충격을 완전히 줄여내지는 못했다.

'보다 본격적인 스포츠세단을 표방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년 1월 출시될 2400cc급 가솔린 직분사방식(GDI) 엔진이 탑재된 모델이 기다려진다. 신형 쏘나타의 차체 디자인이나 동력계통 세팅에는 한 등급 더 높은 출력을 가진 '심장'이 어울릴 듯하다.

그럼에도 예상보다 '화끈한' 고속 주행성능과 크게 개선된 연비효율은 '국가대표급' 중형세단의 명성을 이어갈만한 수준이다. 신형 쏘나타를 계약해 두고 차량 인도를 손꼽아 기다리는 수만여명의 대기자들이 실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편의사양에 따라 자동변속기 기준 2130만~2595만원, 파노라마 선루프와 DMB내비게이션 등을 추가하면 최대 3100만원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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