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상업용 부동산 대출업체인 캡마크 파이낸셜그룹이 25일 델라웨어 윌밍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상업용 대출 자산의 부실화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자 파산보호를 통한 회생 작업에 나선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로 관련 대출이 많은 지방은행도 파산이 잇따라 올 들어 문을 닫은 은행이 106개로 늘어났다.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캡마크 파이낸셜이 이날 43개 계열사와 함께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6월 말 현재 캡마크 파이낸셜의 총부채는 210억달러로 자산 규모(201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측 자료에 따르면 109억달러에 달하는 이 회사의 대출은 호텔 레스토랑 사무실 등 주로 상업용 부동산 쪽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이 늘면서 캡마크는 상반기에만 23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캡마크 파이낸셜의 최대주주는 골드만삭스그룹을 포함해 사모펀드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파이브 마일 캐피털 등이다. 이들은 2006년 제너럴모터스(GM)의 금융 자회사인 GMAC의 상업 부동산 사업부를 인수해 사명을 캡마크 파이낸셜로 바꿨다.

최대 채권은행은 46억달러를 담보 없이 빌려준 씨티뱅크이며 도이체방크는 18억달러 규모의 채권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는 담보 없이 자금을 빌려준 30개 금융사들이 캡마크 파이낸셜의 부채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9월 캡마크 파이낸셜 보증채 신용등급을 C로 제시한 무디스는 이번 파산보호 신청으로 무담보 대출자와 채권 투자자들의 자산가치가 현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캡마크는 자본 확충을 위해 파산을 전제로 지난 9월 북미 지역의 서비스 및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은행 사업부를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와 루캐디아내셔널에 4억9000만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주요 계열 은행인 캡마크뱅크는 파산보호를 신청하지 않고 정상 영업을 하기로 했다.

한편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는 지방은행 연쇄 파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금융감독당국이 7개 은행을 추가로 폐쇄,올 들어 파산 은행 수가 106개로 늘어났다. 이는 저축 · 대부조합(S&L) 사태의 여파로 181개의 은행이 문을 닫은 1992년 이후 최대 규모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로 지방 중소은행 파산이 이어져 앞으로 4년간 은행 파산 처리에 1000억달러가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꺼리면서 만기 연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관련 대출 연체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